[투자플러스]가파른 원·달러 환율 하락…투자 아이디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초 이후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계속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1090원대에서 저점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원화 강세 속도가 빨라지면 수출 기업들에게 부담(원화 환산 매출액 감소)이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지금의 환율 레벨에 겁낼 필요가 없다"며 "추세적인 강세는 오히려 외국인의 수급 환경에 우호적"이라고 강조했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 대비 8% 하락했다. 22일 원·달러 환율은 소폭 오르고 있지만 전날에는 1110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특히 3월 중순 이후로 원화 강세 압력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배성영 KB증권 시장전략팀 수석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3월 통화정책회의(FOMC)가 예상대로 마무리(연내 추가 인상 2회)된 이후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당이 집권에 실패하면서 유로화 역시 강세 압력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3분기(7~9월)까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3분기 중 지난해 저점이 1090원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미래에셋대우는 내다봤다. 이 증권사 박희찬 환율 담당 연구원은 "신흥국 경기가 회복 중인 데다 유로화의 반등, 중국의 생산 통제 기조 유지, 한국의 확장적 재정정책 도입 등이 환율 하락을 좀 더 부추길 것"이라며 "만약 새 정부의 재정정책이 가시화될 경우 더 내려갈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원화의 강세는 국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끼친다. 통상 원화 강세는 원화표시 자산의 투자 매력도를 높이기 때문에 대체로 주식시장엔 긍정적이다. 반면 한국 경제의 높은 수출 의존도를 감안하면 수출 기업들에게는 부정적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달러당 1100원 수준의 환율은 현재 수출 기업에 큰 부담 요인이 아니다"면서 "긍정적인 증시 분위기를 고려하면 추세적인 원화 강세는 오히려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를 연장시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원화 강세의 가장 긍정적인 면은 국내 경제 주체의 구매력을 높인다는 점"이라며 "수입물가가 하락하면 기업의 생산비 부담이 줄고 가계 소비 여력은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수출기업 실적은 외화표시 상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원화 환산 매출액이 줄어들어 실적이 악화(수출 가격경쟁력 약화)될 수 있다.

정 연구원은 그러나 2010년 이후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으로 10% 이상 하락했던 다섯 번의 시기 가운데 내수주가 수출주를 아웃퍼폼(수익률 상회)한 기간은 단 한 번(2013년7월~2014년7월) 뿐이었다"며 "더욱이 이 경우에도 적극적인 해외 시장 진출로 국내 시장 의존도를 낮추는데 성공한 기업(네이버 아모레퍼시픽 아모레G)들이 내수주를 주도했었다"고 지적했다. 배성영 연구원도 "원화 강세 속도가 빠르면 주도주인 정보기술(IT) 업종의 센티멘털 약화로 외국인의 단기 차익 실현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지만, 지금의 긍정적인 증시 분위기에 힘입어 반대로 외국인의 추세 매매 패턴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라고 강조했다. 원화 강세가 외국인에게 환차익 발생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경험적으로 볼 때 외국인 매수세가 증가하는 국면에서 원화 강세가 동반(2009년~2013년)됐었다"며 "미리 외국인의 이탈 가능성을 겁낼 필요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박희찬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4월 이후 1100원 수준에 안착하더라도 전년 대비 하락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수출 물량 역시 작년보다 개선될 수 있는 여건인 점을 고려하면 비록 환율 레벨은 낮지만 수출 기업들이 이익을 내기엔 작년보다 나은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지금은 수출주와 내수주 구분 없이 '환율 플레이'가 가능한 시기로, 수출주 중에선 외국인의 보유지분이 지난 12월말 이후로 증가하고 있고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삼성SDI LG전자 삼성전기 SK하이닉스 등이 관심주로 꼽혔다. 내주주의 경우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신한지주 등이 유망하다는 분석. 이들은 원화 강세기에 투자 승률이 80% 이상인 데다 작년말 이후 외국인 지분 및 이익 전망치가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