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파워독서] "아무리 각박해도 꿈을 망각하진 않았다" … 창업 1세대가 전하는 도전

맨손으로 창업해 대우그룹 일궈, 시대를 앞서 간 사람이란 점은 분명
외환위기 맞으며 기업 공중분해 됐지만 그의 도전정신은 여전히 유효한 키워드

김우중 어록

김우중어록발간위원회 엮음/북스코프
삶이란 것이 생각대로 척척 진행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면 전혀 기대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버리는 것이 인생이다. 외환위기라는 충격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대우그룹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올해가 대우 창사 50주년을 맞는 해라고 한다. 이를 기념해 《김우중 어록》이 발간됐다.

한때 이 나라가 정상을 향해 질주하던 시절이 있었고, 그 중심에 대우그룹이 있었다. 그를 바라보는 시각은 지금도 극명하게 갈린다. 스스로 창업해서 착실하게 키워가던 시대의 잣대로 보면 그는 분명 이단아임에 틀림없다. 오늘날 기업을 사고파는 일이 일상화됐고, 글로벌 경제의 정착을 바라보면서 김우중이란 인물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사업가란 본래 다수의 박수를 받기 힘든 존재다. 다수의 눈에 황당한 사람으로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한 시대를 앞서 걸었던 사람이란 점은 분명하다. 예상치 못한 대형 사건으로 인해 국민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지운 것은 그가 짊어져야 할 멍에다. 기업가는 성과로 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패자에겐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 책은 기대하는 성과를 거둘 수 없었지만 그가 어떤 생각을 가졌고, 어떤 일을 추구해왔는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힘껏 뛰던 시대에 품었던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도록 돕는다.이 책은 크게 ‘나의 시대’와 ‘나의 삶’이란 두 부분으로 나뉜다. 각각은 4개장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내용은 ‘김우중 어록’이란 제목처럼 그가 공식 혹은 비공식 석상에서 한 말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결국 사람은 말이지 않은가! 사람은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를 바라보기 때문에 과거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발간사에서 김우중은 이렇게 말한다. “요즘 세대는 가난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지만 과거에는 대다수 국민에게 가난이 현실 그 자체였다. 그래서 그 가난을 극복하려고 하루가 24시간이란 게 억울할 만큼 일밖에 모르고 살았다.”

요즘 우리 사회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자신감을 많이 상실한 상태다. 공세적인 자세나 마음가짐보다도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것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힘껏 뛰던 시대를 대표하듯이 그는 이렇게 역설한다. “아무리 각박해도 꿈조차 망각하는 일은 없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더욱 노력한 결과가 오늘의 발전을 낳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허물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젊은 날에는 ‘이렇게 하면 더 잘했을 텐데’라는 시각에 더 비중이 주어졌을 때가 있었다. 지금은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라는 부분에 더 큰 비중이 주어진다. 실수나 실패에 대해 훨씬 더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음을 뜻한다. 이 책은 저자가 여러 장소에서 행한 연설이나 인터뷰 등을 가감 없이 담았다. 그가 지닌 생각을 이해하고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의미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