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공사 '저가 발주' 심각…적정 공사비 보장해야"

유주현 대한건설협회장

손해만 안 봐도 다행인 실정, 중견·중소건설사 경쟁력 막아
“공공공사를 발주할 때 적정 공사비를 보장해 줘야 합니다. 현행 공공공사 입찰 제도 아래선 건설사들이 적자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달 초 제27대 대한건설협회 신임 회장에 취임한 유주현 신한건설 대표(사진)는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소 건설사들이 적정 공사비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대한건설협회는 건설사 7300여곳을 회원사로 둔 국내 최대 건설 단체다.공공공사 가운데 300억원 이상 공사는 종합심사낙찰제와 기술형입찰제를, 300억원 미만 공사는 적격심사낙찰제를 적용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적격심사제 낙찰률은 80~87.7%, 종합심사낙찰제 낙찰률은 79.1% 수준이다. 일본은 낙찰률이 92% 수준이며, 100%를 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유 회장은 “공공공사를 수행하면 이윤은 고사하고 손해만 안 봐도 다행”이라며 “적정 공사비를 책정해야 중소·중견 건설사들이 생존해 기술개발에 나설 수 있다”고 호소했다.

유 회장은 20여년간 대한건설협회 경기지회 등에서 일한 만큼 협회 내부사정에 밝다. 조직 혁신을 위해 협회에 외부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것과 회원 건설사들의 경쟁력 제고 방안에 특히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주택건설 부문이 ‘호황’인 것처럼 보이지만 대다수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수주(일감)와 이윤이 모두 감소하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며 “각자 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함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업계 혁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유 회장은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소규모 블록형 도심정비사업과 해외 시장으로 업무 영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5월 협회가 서울에서 주최할 이포카(IFAWPCA: 아시아·서태평양 지역 건설협회 국제연합회) 대회와 관련해 “국내 건자재업체들을 소개하는 30개 부스를 마련하고 국내외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실질적인 비즈니스 미팅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