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얕은 민족주의로 외교의 뼈대를 삼을 수는 없다

차기 대통령으로 가장 유력한 것으로 평가되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5000여명의 의견을 받아 출마선언문을 만들었는데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위안부 피해자분들께 도리를 다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한마디뿐이다. 여론이라고는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파국으로 치닫는 일본과의 관계가 다시 엉켜들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걱정을 안기고 있다. 이미 “미국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힌 그다. 사드에 대해서는 다음 정부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외교안보 정책은 한국의 지정학적 구조라는 면에서도 너무 중요하다. 어설픈 민족주의에 바탕을 두면 인근국들과 갈등만 증폭시킬 가능성이 너무 크다. 외교에서만큼은 민주적 프로세스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겠다는 주장도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 제재에 골머리를 썩이는 와중에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이 반기를 든다면 이런 부조화도 없다. 북한에 대해서는 아예 정책이 없는 후보들도 많다. ‘386’ 운동권의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민족주의로 외교 정책의 뼈대를 세울 수는 없다.

글로벌 비전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우물 안 개구리의 시각으로는 난국을 타개할 수 없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대륙과 해양의 세력이 교체될 때마다 심각한 국난에 직면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섣부른 민족주의는 유연한 외교적 대응을 경직시킬 수도 있다. 동북아 변방에서 외교적으로 ‘왕따’가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미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일본은 동맹, 한국은 파트너”라고 분리해서 말하고 있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한다. 이런 판국에 얕은 민족주의 목소리만 높인다면 한국 외교의 장래는 점점 그 입지가 줄어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