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전도사' 전동수 "삼성메디슨, 흑자 원년 연다"

지난해 3월 취임 이후 매각설 딛고 흑자 전환
비산부인과 진출 늘리고 세계 300대 병원 공략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가 지난 24일 서울 대치동 삼성메디슨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메디슨 제공
지난해 삼성메디슨 주주들은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사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에게 기업을 공개 매각하라고 요구했다. 매출이 줄어드는 데다 만년 적자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의료기기 사업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면서 직원들도 크게 동요했다. 전 사장은 지난해 9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른 시일 내에 의료기기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약속했다.

◆영업이익률 10% 육박
삼성메디슨은 지난해 4분기에 흑자 전환했다. 분기 기준 영업 적자가 지속된 지 2년 만이다. 계속되는 실적 부진에 의료기기 사업은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혔다. 전 사장의 손을 거치면서 정상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메디슨은 지난해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45%, 전년 동기 대비 32.1% 늘어난 83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92억원(영업이익률 9.8%)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전체로는 매출이 2599억원으로 전년 대비 3% 줄었고 25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전 사장은 지난 24일 서울 대치동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산부인과 이외의 진료과로 제품 판매를 늘리고 수출을 선진국으로 확대하면서 지난해 4분기에 실적이 개선됐다”며 “올해 연간 기준 흑자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선진국 시장 공략 ‘적중’

전 사장은 세계 최초로 64MD램을 개발하는 등 삼성전자 시절부터 ‘혁신전도사’로 통했다. 2011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 2013년 삼성SDS 사장을 거쳐 지난해 3월 삼성메디슨으로 자리를 옮겼다.그는 취임 후 ‘매출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2011년 삼성에 인수된 초음파 전문기업 삼성메디슨(옛 메디슨)은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에 밀려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경제 위기 같은 외부 환경이 바뀌면 사업이 쉽게 흔들렸다. 대형 병원에 납품 실적이 적어 신규 고객을 발굴하기도 쉽지 않았다.

전 사장은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으로 판매를 확대했다. 그 결과 지난해 4분기에만 전 분기 대비 시장 점유율이 미국(1.4%→2.4%)과 유럽(5.9%→9.3%)에서 모두 늘어났다. 미국 존스홉킨스대병원 등 글로벌 톱300 병원도 본격 공략했다. 이들 병원에서 사용된다는 것만으로도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 사장은 “세계 300대 병원 중 49곳에서 삼성 제품을 쓰고 있다”며 “올해는 22개 병원에 신규 진입할 계획”이라고 했다.◆“삼성의 성장동력으로 만들 것”

산부인과 이외에 영상의학과 등에서 판매가 늘어난 것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전 사장은 “재고를 대폭 줄이면서 저비용 고효율의 지속 성장이 가능한 구조를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 사장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는 매각설에 대해 “삼성메디슨이 삼성전자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기기는 빨리 개발해도 나라별로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성과를 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서도 “딥러닝 기술 등 신기술 접목으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산업으로 확장성이 크다”고 했다.이어 “삼성전자의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시장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