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 살아남았다…트럼프, 1호 입법안 '트럼프케어'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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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강경파 반발에 '발목'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4일 자신의 ‘1호 입법’ 안건인 ‘미국건강보험법(트럼프케어)’의 추진 중단을 선언했다. 하원에서 법안 처리에 필요한 과반 찬성표(216표 이상)를 확보하는 데 실패하자 표결처리를 위한 상정 자체를 포기한 것이다. 이에 따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한 건강보험법(오바마케어)은 존속하게 됐다.
국경조정세 등 세제개편도 험로
트럼프케어는 건강보험 가입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미이행 시 개인과 고용주 모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전 국민 의무 가입’ 규정을 폐지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프리덤 코커스’를 비롯한 공화당 내 강경파들은 새 법안이 오바마케어와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며 더 근본적 개혁을 요구했고, 중도 성향인 ‘화요 모임’ 소속 의원들은 무보험자 증가를 우려하며 반대했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바마케어는 (여러 문제점 때문에) 곧 폭발할 것”이라며 “민주당은 대안인 훌륭한 건강보험법안을 위해 협력하길 기대한다. 나는 협력에 완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화당 중진이자 트럼프케어 관할 상임위원회인 에너지·통상위원회의 위원장 그레그 월든 의원은 “이 법안은 죽었다. 다시 표결을 시도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미 의회전문지 더힐은 “트럼프케어 입법 철회는 대통령에게 엄청난 정치적 타격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입국규제 행정명령’에 대한 사법부의 잇단 제동 △핵심 측근들의 러시아 내통 의혹에 대한 연방수사국(FBI) 수사 △닐 고서치 연방대법관 후보에 대한 민주당의 인준 반대 등 곳곳에서 견제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세제개편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제개편안은 개인소득세 및 법인세 감면과 ‘수출독려·수입억제’를 위한 국경조정세 도입 등을 포함하고 있다. 백악관은 오는 8월 의회가 여름휴가에 들어가기 전, 늦어도 가을까지는 개편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그러나 유럽연합(EU) 등 교역 상대국들이 국경조정세 도입에 대비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준비하고 있는 데다 미국 내에서도 월마트 등 수입업체들의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추진에 난항이 예상된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