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초영화제 ‘짝퉁 공모전' 연 중앙선관위

29초영화제에 공동 개최 제안 후 ’39초영상제‘ 열어
행사 기획안 입수 후 공모전 ‘베끼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39초영상제’를 놓고 ‘짝퉁 논란’이 일고 있다. 대부분의 행사 내용이 기존의 다른 공모전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2일 39초영상제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논란이 된 것은 행사 이름과 내용 전반이다. 이름은 기존 초단편영화 공모전인 ‘29초영화제’에서 숫자 하나, 글자 하나만 바꿨다. 중앙선관위가 내세운 영상제의 주제 ‘나의 선거이야기’는 지난해 11월 열린 ‘서울시 29영화제’의 주제인 ‘당신의 서울 이야기’와 꼭 닮았다. 행사 소개 영상을 오른쪽에 게재한 39초영상제 홈페이지 구성과 모양새도 서울시 29초영화제 홈페이지와 유사하다.
29초영화제 사무국은 “중앙선관위가 2015년 12월부터 29초영화제 사무국에 영화제 공동 개최를 제안하고 행사 기획안 등을 요청해 받아갔다”며 “중앙선관위가 당시 입수한 자료를 바탕으로 비슷한 내용의 행사를 베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39초영상제는 지난 15일까지 영상을 공모했다. 이 기간 39초영상제 홈페이지에는 29초영화제와의 관련성을 묻는 글이 쇄도했다. ‘영화감’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29초영화제에서 39초영화제로 바뀐 것인가요”라는 글을 올렸다. “표절 문제로 영화제가 취소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아이디 츄츄), “창작품을 내서 뽑는 영화제 자체가 다른 행사를 카피(복제)했는데 여기에 어떻게 작품을 출품할지 모르겠다. 언제 표절 문제가 해결되는지 공지를 달라”(아이디 ㅇㅇ)는 글도 올라왔다.
‘짜깁기 행사’라는 비판도 나왔다. 영상제 홈페이지의 세부 내용까지 다른 공모전 것을 고스란히 옮겨왔다는 지적이다. 중앙선관위 39초영상제 홈페이지의 약관에는 ‘제1회 중견기업 인식개선 공모전은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는 해당 정보를 지체 없이 파기합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중견기업 인식개선 공모전’은 중소기업청이 주최하고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주관해 지난해 열린 행사다.직장인 영상동아리 ACT에서 활동하는 정지민 씨(32)는 “영상을 제출하기 위해 약관 동의 페이지를 방문했다가 공모전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영상 창작자로서 표절 행사에서 상을 받는 것은 전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중앙선관위는 영상제를 위해 지난달 개설한 홈페이지를 급히 폐쇄했다. 오는 30일로 예정된 시상식도 크게 축소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내부 논의를 거쳐 일단 행사 홈페이지를 닫았다. 시상식에선 수상작 상영회 일정이 취소됐다”며 “수상자들에게 상장 전달은 해야 할 것으로 판단돼 시상식은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행사 표절에 대한 질문에는 “마케팅대행사인 셜록컴퍼니가 대부분의 행사 내용을 주관해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발을 뺐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