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I:리뷰] '라이프' 모르는 게 약일 때가 있다

제이크 질렌할 주연 SF 재난 영화 '라이프'
오는 4월 5일 개봉
영화 '라이프' /사진=소니 픽쳐스
우주, 이 놀랍고도 신비로운 미지의 세계는 영화의 가장 좋은 소재 중 하나다. 일찍부터 인류는 우주에 대한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품어왔고, 그에 대한 가설과 연구 또한 잇따랐다.

제이크 질렌할 주연의 신작 '라이프'는 앞서 개봉했던 우주 소재 영화들과 극명한 차이가 있다. 화성 생명체 '캘빈'의 존재다. 영화 '라이프'의 시작은 철저히 현실에 근거했다. 최근 미국 항공 우주국(이하 NASA)은 지구형 행성 7개를 새롭게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은 행성 중 3개는 지구 환경과 흡사해 우주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 시사했다.

'화성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가 화성에 착륙했을 때 생명체를 발견해 가져온다면'이라는 프로듀서 데이비드 엘리슨의 생각에서 이야기는 기획됐다.

'라이프'에서 우주비행사 데이비드 조던(제이크 질렌할), 미생물 학자 닥터 미란다 노스(레베카 퍼거슨), 엔지니어 로리 애덤스(라이언 레이놀즈)는 인류 최초로 화성에서 미지의 생명체와 마주하게 된다. 이 생명체는 '캘빈'이라는 이름을 얻고 위대한 발견이라고 치켜세워지며 큰 환호를 받는다. 기쁨도 잠시, 캘빈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뛰어난 지능으로 인간들을 공격하며 가장 위험한 존재로 돌변한다. 오로지 살아남는 것이 본능이다.
영화 '라이프' /사진=소니 픽쳐스
광활한 우주 속, 우주선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매초마다 진화하는 화성 생명체 캘빈과 우주비행사들의 생존을 건 사투는 차원이 다른 공포와 스릴을 전한다.

캘빈의 외형은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영화 역사상 처음 등장하는 종류의 우주 생명체라고 봐도 무방하다. 모든 신체가 근육이자 뇌세포며 시각 세포인 단일 세포로 이루어진 생명체, 여기에 지각 능력과 진화가 더해졌다.그는 인간을 넘어서는 지능으로 순식간에 인간을 위협하고 가늠하기 힘든 속도로 진화한다. 작고 신비로웠던 생명체가 공포로 변하는 순간, 러닝타임 마지막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로 가득하다.

무중력 상태로 유영하며 캘빈과 대적하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칭찬할만하다. '투모로우', '브로크백 마운틴', '조디악' 등에 출연한 제이크 질렌할은 화성 생명체에 대해 큰 흥미를 느끼지만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이는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극의 중심을 잡았다.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으로 눈도장을 받았던 레베카 퍼거슨은 닥터 미란다 노스 역을 맡았고, '데드풀' 19금 히어로 라이언 레이놀즈 또한 적절한 수위로 치고 적당한 시기에 빠졌다. '라이프'에는 세 배우 외에도 히로유키 사나다, 앨리욘 버케어, 올가 디호비치야나 등 러시아, 미국, 캐나다, 일본까지 다양한 국적을 가진 배우들을 캐스팅해 우주비행사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노력을 꽤 했다.

이 영화는 어쩌면 지금 우리의 현실일지도 모른다. 인류는 이미 화성에서 물의 흔적을 발견했고 토양 샘플을 얻기 위해 탐사 로버를 보내기도 했다. '라이프'는 우리가 정체불명의 존재를 당면했을 때 책임과 자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상영시간 103분, 오는 4월 5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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