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 공익위원 국회가 뽑자"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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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최저임금 논란 (2) 국회계류 24개 관련법안 살펴보니조기 대통령 선거로 공교롭게 대선 일정과 최저임금위원회 활동 시기가 맞물리면서 최저임금제도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려있다. 최저임금위는 내년 1월부터 적용할 2018년분 최저임금 인상폭을 놓고 31일부터 본격 논의에 들어간다.
현재 9명인 공익위원
정부에만 임명권 주지 말고 '국회 추천권 확대' 주장
공정·중립성 내세우지만 정치적 명분에 휘둘려
최저임금 결정 과정 갈등만 더 부추길 수도
20대 국회는 출범 1년도 안 돼 24건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19대 국회가 4년 동안 낸 법안 수(25건)와 비슷하다. 계류 중인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대부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정치권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국회가 추천하는 사람을 최저임금위에 포함하거나 국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한 법안이 많다.◆최저임금위 구성 논란
이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최저임금위 구성이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 위원 9명과 사용자 위원 9명, 공익 위원 9명 등 27명으로 이뤄진다. 근로자 위원은 노동조합 총연합단체가 추천한 사람 중에서, 사용자 위원은 전국 규모 사용자단체가 추천한 인사 가운데 뽑는다. 공익 위원은 정부가 임명한다. 주로 연구소, 학교 출신 전문가들이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선 공익 위원의 역할이 크다.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이 충돌할 때 공익 위원들이 중재를 맡아 합의안을 끌어내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노동단체는 “공익 위원이 친정부 인사들이어서 사용자 측에 유리하게 결론을 이끈다”(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는 논리를 펴면서 “국회가 공익 위원을 추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권이 내놓은 법안은 상당수가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공익 위원 9명을 모두 국회에서 추천하도록 하는 방안(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저임금위가 아니라 국회가 모든 최저임금 결정 권한을 갖도록 바꾸자는 법안(우원식 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적 영향력 줄여야”
하지만 산업계는 이 같은 방안이 오히려 최저임금위의 중립성을 해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은 “국회가 공익 위원을 추천하는 것은 현행 정부 추천 방식보다 더 심각한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치적 명분에 따라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잘못된 관행이 굳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익 위원을 맡았던 한 인사는 “현행 최저임금 결정 방식은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하는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방법”이라며 “노사 갈등이 워낙 심하다 보니 공익 위원의 결정 권한이 이례적으로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오히려 정치권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도 최저임금은 정규직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에 기반해 결정하고 있다”며 “국회까지 간섭한다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간제·파견제 근로자와 영세 사업자, 자영업자들을 결정 과정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했다.
산업계에선 정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포르투갈 등은 노사 협의 과정을 거치긴 하지만 정부가 실질적인 최저임금 결정 권한을 가진다. 경총 관계자는 “전체 근로자 중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는 근로자가 300만명이 넘는 만큼 정부가 정책 로드맵을 갖고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효성 높이는 법안 ‘뒷방’ 신세최저임금 하한제, 생활임금제도 등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높이는 여섯 개 법안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논의와 맞물려 정치권에서 주목받는 법안들이다. 전체 근로자 평균 통상임금의 70%로 생활임금을 결정하는 방안(김한정 민주당 의원)과 최저임금 하한을 근로자 평균 통상임금의 절반 수준으로 정하는 안(이인영 민주당 의원) 등이 있다.
최저임금의 실효성을 높이는 법안들은 ‘뒷방’ 신세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최저임금액을 결정할 때 시급뿐 아니라 일급, 주급, 월급 단위로 환산한 금액을 함께 표시하는 법안을 내놨다. 최저임금제도의 명확성을 높이는 방안이지만 논의 순서에서 뒤로 밀려 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