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칼럼] 중기가 대기업 못지않으면 청년들은 알아서 찾아간다
입력
수정
지면B7
이종포 <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 회장 >요즘 식당에 가면 입춘대길(立春大吉)이란 입춘방(立春榜)을 현관에 붙여놓은 집을 간간이 본다. 겨울을 보내고 봄을 기대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같을 것이다.
봄은 얼었던 대지에 숨결을 불어넣어 싹을 틔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기반을 만들어주기에 봄과 같음을 일컬어 청춘이라 부른다. 청춘은 늘 푸르고 에너지가 가득하다. 봄의 기운이 가을 결실의 초석이 되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국가 운영 시스템도 예외는 아니다. 청년의 미래가 없는 국가는 성장의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우리 청년들의 모습은 어떨까. 2015년 말 9.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말 9.8%로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아예 구직을 단념한 청년도 2월 말 현재 36만여명으로 4년여 만에 가장 많았다.
오는 4월 필기시험이 예정된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지원자는 22만8368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원자가 5년 사이 7만명이나 늘어났다. 청년 고용의 심각성을 말해주는 단면이다. 청년 일자리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을 최우선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그 해답은 창업·벤처기업 활성화와 중소기업 육성에 있다.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이는 세금으로 다시 환원돼 국가를 운영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는 젊고 유능한 인력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와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계층적 소외감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우수한 청년들이 공무원이나 공기업, 금융회사, 대기업 등 안정되고 급여도 많은 일자리로만 몰리다 보니 중소기업 인력은 항상 부족하다. 더구나 벤처 창업을 통해 성공하려는 우수한 청년 기업가도 많지 않다. 능력과 실력, 열정을 갖춘 인재가 위험을 무릅쓰고 창업에 도전하는 것보다는 공공부문에 취직하는 것이 잘한 선택으로 간주되는 실정이다.
이런 사회적 풍토가 남아있는 한 미래는 깜깜하다. 차기 정권이 창업 활성화와 중소기업 육성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해야 할 이유다. 이를 위해 기존의 틀부터 과감히 바꿔야 한다. 중소기업 업무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청을 장관급 ‘부’ 단위 기관으로 격상시켜 힘을 실어주고, 각 부처가 수행하는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관련 업무도 일원화해야 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창의성과 기업가 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을 대폭 개편해야 한다.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 전선에 나서는 청년을 적극 키워 이들이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기회와 도전의 에너지가 넘칠 것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넘어 한국 사회의 계급 고착화를 없애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더 이상 중소기업에 취직하기 싫어하는 청년들을 감언이설로 가라고 하지 말자. 먼저 그들 스스로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싶을 만한 환경을 만들어 보자. 내 자식도 가라고 권유할 수 있도록 말이다. 중소기업의 근무 환경이나 직원 처우, 생존 가능성이 공기업이나 대기업 못지않게 된다면 청년들은 굳이 9급 공무원 시험 준비에 5~6년간 매달리지 않을 것이다.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했다.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되면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청년에게 새로운 기회와 도전의 장을 제공하고, 다양한 신종 사업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중소기업을 성공적으로 성장시킨다면 또 다른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2017년은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매우 중요한 해다. 차기 정권은 젊고 의욕 넘치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봄을 위해 창업·벤처기업 활성화와 중소기업 육성에 대한 투철한 의지를 갖고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기를 기대한다.
이종포 <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