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뇌물죄'가 구속 결정적 요인…'공범'들과 형평성도 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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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박 전 대통령 구속사유 필요성, 상당성 인정 돼"
직권남용·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 13가지
박 전 대통령 측 "증거인멸 우려 없는데 지나쳐"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검찰 직원 안내로 서울중앙지검 10층 대기장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1703/AA.13613059.1.jpg)
박 전 대통령은 서울중앙지방법원 321호 법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해 자신의 결백과 구속의 부당성을 호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뇌물수수,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등 범죄혐의가 13가지에 달하는 데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녹음파일 등을 통해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됐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31일 새벽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영장을 발부했다.◆“재단 출연 강요 등 사안 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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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과 유영하·채명성 변호사는 장시간에 걸쳐 검찰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지만 법원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기업이 두 재단에 자발적으로 기금을 냈고,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사익을 취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도주 우려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는데도 구속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미 구속된 다른 공범들과의 형평성을 들어 동의하지 않았다. 검찰 출신인 한 변호사는 “불구속 상태에서는 재판 출석을 거부하거나 다른 피의자들에게 진술 번복을 유도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검찰 측 주장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국민 신뢰 저버려 비난 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김경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 행위에 대한 ‘사회적 비난 정도’(죄질)도 구속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을 비선 실세 최순실 씨와 박 전 대통령의 사적인 이익을 위해 쓴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거센 비난이 일었다”며 “법원이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는 실형 선고 가능성과 함께 사회적 비난의 강도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도 이런 점을 의식해 법원에 박 전 대통령이 최씨의 국정 개입을 허용해 국정 농단 사태를 초래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국격을 실추시키고 국민 신뢰를 저버렸는데도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관계까지 부인하는 등 전혀 반성하지 않아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