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감 없어도 무조건 쉬어야…그래야 암 예방"

'면역이 암을 이긴다' 저자 이시형 세로토닌문화원 원장

스트레스로 균형 무너지면 암 유전자로 변이도 쉬워져
밤 11시 이전에 잠자리 들어 흥분된 교감신경 가라앉혀야
“24시간 신경이 곤두서 있는 피로 사회 한국, 이런 환경에서는 오히려 암에 안 걸리는 게 이상합니다.”

이시형 세로토닌문화원 원장(사진)은 정신과 전문의다. 신경계와 면역 사이의 관계, 더 나아가서는 암과의 관련성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그는 “암세포는 하루에도 수천 개씩 생기지만 T세포, NK세포라 불리는 면역세포가 이들과 싸워 우리 몸을 지켜내고 있다”며 “면역력이 무너지면 암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여러 장기와 조직의 기능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은 크게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뉜다. 이 둘은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이룬다. 이를테면 교감신경이 심장박동을 촉진하면 부교감신경이 다시 억제하는 식이다. 하지만 스트레스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해 균형이 무너지기도 한다. 이 원장은 “아침 출근길 만원버스에서부터 시작된 스트레스는 업무와 야근, 회식으로 증폭되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이어진다”며 “한국인은 온종일 교감신경이 비정상적으로 흥분해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교감신경의 흥분이 지속되면 혈관이 좁아져 혈액순환에 지장이 생긴다. 이는 저산소와 저체온증으로 이어지고 면역력 저하와 함께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이되기 쉬운 환경이 된다. 스트레스를 받아 온종일 교감신경이 흥분해 있으면 암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이 원장은 이른바 3대 표준치료라 불리는 수술, 항암제 처방, 방사선 치료를 받은 이후의 회복기 환자에게는 정신과 의사가 주치의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암세포를 억제하는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쳐도 환자들은 재발 가능성에 대한 걱정 속에서 살아간다”며 “정신과 의사가 회복기 환자의 스트레스를 비롯한 정신적인 부분을 조절해 면역력을 증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소 면역력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원장은 지난달 말 출판된 《면역이 암을 이긴다》(한국경제신문)에서 과도하게 흥분된 교감신경을 쉬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장 좋은 것은 삭막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실천 가능한 방법도 있다. 공복에는 교감신경이 자극되기 때문에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는 오후 11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어 교감신경을 쉬게 해줘야 한다.

피로감이 들지 않아도 중간중간 적절히 쉬어야 한다. 이 원장은 “피로와 피로감은 다르다”며 “몸이 피로한 상태지만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흥분해 있으면 피로한 줄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과로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몸은 피로해져 있어 이미 한계 상태인데 피로한 줄도 모르고 일을 계속하다가 결국 죽음에 이른 게 과로사”라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