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엘론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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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엘론 머스크의 각별한 친구는 인터넷 금융 사이트 페이팔을 함께 창업한 피터 틸이다. 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머스크를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머스크는 그 덕으로 트럼프 자문조직인 대통령 전략정책포럼 멤버가 되기도 했다. 틸은 머스크의 재능을 부러워하면서도 질투하곤 했다. 살리에리에게 질투와 원망을 샀던 모차르트와 비슷하다.
틸이 부러워하는 것은 머스크의 상상을 뛰어넘는 발상이다. 머스크는 소니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 7000~8000개를 병렬로 연결해 테슬라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했다. 화성에 거주할 수 있는 우주 개발 구상도 발표했다. 최근에는 인간 뇌에 인공지능(AI) 칩을 삽입하려는 아이디어까지 내놨다. 인간이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은 기계와 결합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머스크는 원래 응용물리학도였다. 물리학적 사고로 꿈을 현실로 구체화하려는 머스크의 의지에 틸이 경외심을 느끼는 것은 분명하다.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머스크는 정보기술(IT) 기업가로 활약했다. 그가 번 돈도 대부분 IT업종에서 나왔다. 열세 살 때 개발한 게임 프로그램을 2000달러에 컴퓨터잡지에 팔았다. 미국에선 인터넷으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지역 포털 집(Zip)2를 개발해 3억7000만달러를 받고 컴팩에 넘겼다. 28세 때였다. 30세 이전에 억만장자가 된 것이다. 하지만 넘긴 뒤 한 달 만에 온라인 결제은행을 설립하고 새 사업을 시작했다. 천부적 장사꾼 기질이다.
지금 머스크는 우주에 집중하고 있다. 머스크의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가 우주비행 역사상 최초로 재활용 로켓을 발사하고 회수하는 데까지 성공했다는 외신 보도다. 스페이스X가 미국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이미 한 번 사용한 로켓 팰컨9을 다시 발사추진체로 쏘아 올려 방송 위성을 실어날랐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로켓을 재활용하면 6000만달러(약 672억원)에 이르는 제작 및 발사비용이 최대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머스크는 내년에 우주 관광객 두 명을 달에 보내겠다는 포부를 며칠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인들은 달 탐사를 통해 우주에 도전하는 55년 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모습을 그에게서 본다.머스크는 무엇보다 이민자 출신 기업가다. 리스크를 지고 신규 사업에 도전하는 창업자들의 절반 이상이 이민자라는 연구도 있다. 미국은 그만큼 창업 도전 기회가 보장되는 나라다. 그속에서 엘론 머스크도 탄생했다. 우리는 그런 환경을 갖췄는지 궁금하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