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수협 대립에…'파열음' 내는 은행장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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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수협은행장 선임 또 '불발'차기 수협은행장 선임을 둘러싼 정부와 수협중앙회의 갈등이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양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최악의 경우 이원태 행장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12일 이후 행장 자리가 공석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측 3명, 중앙회측 2명으로 행장추천위 구성…단독선임 불가
정부, 이원태 현행장 연임 고수
4일 재논의서도 '평행선' 달릴 듯
12일 임기 만료…행장 공백 우려
2일 수협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열린 수협은행장 추천위원회(행추위)는 이 행장과 강명석 상임감사를 놓고 차기 행장 선임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4일 추가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정부 측은 이 행장을 미는 반면 수협중앙회는 강 감사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 이어 또 공모가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합의 못 하는 정부와 수협중앙회
행추위는 정부 측 3명과 수협중앙회 측 2명이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송재정 전 한국은행 감사, 임광희 전 해양수산부 국장, 연태훈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측, 최판호 전 신한은행 지점장과 박영일 전 수협중앙회 경제사업 대표는 수협중앙회 측 위원이다. 행장 선임을 위해서는 행추위 5명 중 4명이 동의해야 한다. 양측 모두 단독으로는 행장 선임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정부 측은 이 행장이 재임기간 우수한 실적을 냈기 때문에 연임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 행장은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예금보험공사 부사장을 거쳐 2013년부터 수협은행장을 맡았다. 해수부 고위 관계자는 “수협은행의 지배구조를 고려하면 내부 출신 인사를 수협은행장에 임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안정적인 경영을 통해 공적자금을 상환하려면 정부 출신 인사가 은행장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수협중앙회의 100% 자회사인 수협은행은 2001년부터 1조7000여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아 기재부와 금융위원회의 경영 통제를 받고 있다. 2001년 이후 선임된 3명의 행장 모두 정부 추천 인사였다.반면 수협중앙회 측은 내부 출신인 강 감사를 밀고 있다. 수협은행이 지난해 말 중앙회에서 분리 독립한 만큼 내부에서 전문성 있는 인사를 선임해 자율 경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 감사는 30대 중반에 수협중앙회 신용부문(현 수협은행) 지점장을 지내고 40대에 상임이사에 올랐을 정도로 내부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상임이사, 수협노량진수산 대표 등을 지낸 경력도 있다.
◆행장 부재 사태 우려
행장 선임이 이 행장의 임기 만료일인 12일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혼란이 불가피하다. 상법에서는 후임이 없을 경우 현 대표이사가 직위를 계속 유지한다고 돼 있지만, 수협은행 내부 규정에는 임기가 만료되면 퇴임하고 대행 체제를 운영하게끔 돼 있기 때문이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상법과 내부 규정이 충돌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해 법률자문을 맡겼다”며 “어떤 식으로든 일정 부분의 경영 공백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금융권에서는 해수부와 수협중앙회의 의견 조율이 관건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해수부가 건설회사의 바닷모래 채취를 허용하면서 수협중앙회가 반발하는 등 다툼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와 금융위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수협은행장 인사에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는 반면 해수부만 적극적으로 이 행장 연임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현일/오형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