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약자에 대한 지지와 연민 담았죠"

소설집 '할머니는…' 출간
“상처받은 것들, 약한 것들, 어린 것들에 대한 지지와 연민이 지난 30년간 제 소설을 관통해 온 주제였어요. 이번 소설집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생의 굴곡진 모퉁이를 도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들이 소설을 통해 치유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저로 하여금 책을 내게 했습니다.”

소설가 공지영 씨(54·사진)는 3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단편소설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해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소설집을 낸 건 《별들의 들판》 이후 13년 만이다. 그는 “단편소설은 장편과 달리 순간적으로 비치는 섬광 같은 아이디어를 담아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그동안 장편을 주로 쓰느라 작품에 담아내지 못했던 아이디어와 생각의 편린을 이번 소설집에 담았다”고 설명했다.이번 소설집에는 문예지 등을 통해 2000~2010년 발표한 단편소설 다섯 편이 담겼다. 책 맨 뒤에는 후기 형식의 짧은 산문도 한 편 실었다.

표제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숨이 끊어질 듯한 할머니가 끈질기게 생명을 연장하는 사이에 가족과 반려동물들이 차례로 죽는 얘기다. 소설의 화자인 ‘나’는 열아홉 여고생이다. ‘나’는 “이런 일이 지금 우리 집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외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부동산 투자의 귀재인 외할머니는 막강한 재력으로 집안의 절대 ‘갑’으로 군림한다. 외할머니는 몇 달 전부터 병석에 누워 생사를 오가는데, 매번 결정적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다. 기묘한 것은 외할머니가 회복할 때마다 곁에 있던 멀쩡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사회를 관찰하면서 ‘강한 것들이 늙었으면서도 죽지 않고 약한 것들을 섭취하면서 살아남고 있다’는 기괴한 느낌을 받아 이를 작품화했다”고 설명했다.

젊은 작가의 최근 작품 경향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공 작가는 “젊은 여성 작가의 소설을 보면 섬세하다는 점은 좋지만 한편으로는 젠더 문제에 갇혀 있다는 생각도 든다”며 “우리 근현대사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박경리 선생의 《토지》처럼 큰 스케일의 작품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작품 계획을 묻는 질문에 “사회악을 다루는 장편소설 《해리》를 올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