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여력도, 온다는 사람도 없는데…" 혀 차는 중소기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 청년 채용 늘린 중기에 1인당 4000만원 준다지만…

'세금으로 고용 확대' 실효성 논란
중기는 불황에 몸사리고 청년은 대기업 선호
"세금 혜택 많다고 고용 늘린 기업 못 봐" 비판도
정부와 정치권이 청년을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세제 지원을 크게 늘리고 있다. 청년 고용을 늘리는 중소기업에 많게는 1인당 4000만원 이상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중소기업의 청년 채용을 독려해 청년 취업난을 해소하겠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 달리 세금 감면이 중소기업에 고용을 늘릴 ‘유인책’이 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기 부진으로 신규 채용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 현실을 모르고 내놓은 ‘책상머리 대책’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청년 채용 보조금 확대정부 발의로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는 채용 보조금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청년고용증대세제가 대표적이다. 올해 청년 고용을 작년보다 늘리는 중소기업은 추가 채용 인력 한 명에 1000만원씩 세금을 감면받는다. 이전보다 500만원 늘었다. 중견기업(500만원→700만원)과 대기업(200만원→300만원)의 감면 혜택도 확대했다.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중소기업은 올해 전환 인원 한 명에 700만원씩 세금을 공제받는다.

세제 혜택 규모가 늘어나면서 한 해 인건비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받는 중소기업도 나올 수 있다. 정부가 운영 중인 채용 보조금 제도는 청년고용증대세제를 비롯해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 상생고용지원금 제도(임금피크제 도입 기업 대상) 등 다섯 개에 달한다.

◆인건비보다 많은 보조금예를 들어 올해 중소기업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R&D 분야의 청년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고용하면서 연봉 4000만원을 지급할 경우 지원금은 인건비를 넘어선다. 청년을 한 명 새로 채용하면 해당 기업은 세대 간 상생지원금 1080만원을 받고, 세제 혜택으로 △청년고용증대세제 1000만원 △R&D비용 세액공제 1000만원 △정규직 전환 세액공제 700만원 △사회보험료 세액공제 400만원 등이 적용돼 법인세를 3100만원 덜 낸다. 전체 혜택 규모는 4180만원으로 연봉(4000만원)보다 많다.

◆세금혜택 고용증대로 이어질까

정부의 의도는 좋지만 실제 고용 확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과거에도 정부는 세금 혜택이 고용 증대로 이어질 것이란 판단에서 비슷한 대책을 내놨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고용증대세액공제를 운영한 두 차례(2004~2005년, 2010~2011년) 모두 취업자 증가율은 오히려 낮아졌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세금 혜택이 많다고 기업이 고용을 늘렸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중소기업이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는 원인을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중소기업계는 경기 부진과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청년층의 인식이 결합돼 고용을 늘리고 싶어도 늘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12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2779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채용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18.1%에 불과했다. ‘신규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답한 기업은 45.0%에 달했다.

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고용시장의 공급 측면에서는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것을 주저하기 때문에 사업자 대신 구직자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정부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고졸 직원에게 1년 근속할 때마다 근로자에게 100만원씩, 최대 3년간 300만원을 지급하는 ‘중소기업 근속장려금 지원 사업’을 2015년 도입했지만 실적이 연간 목표치의 30%를 밑돌면서 이듬해 폐지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대책의 효과가 떨어진다고 하지만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에서 쓸 수 있는 ‘카드’는 총동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