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I:리뷰] '로즈' 사랑에서 피어난, 절망이라는 이름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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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배스천 배리 원작 영화 '로즈' 언론시사회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사랑은 없다. 하지만 부당한 시대에 피어난 박수받지 못한 사랑은 있다.
제 2차 세계대전 중인 혼동의 시대, 한 여자의 드라마틱한 사랑이 시대를 뛰어넘어 질문을 던진다. 스스로 선택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여자, '로즈'의 이야기다. 영화 '로즈'는 1940년대, 제 2차 세계대전으로 혼란스러운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전쟁을 피해 고향으로 돌아온 로즈(루니 마라)는 억압적인 시대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살아간다.
로즈는 거친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바다 수영을 즐기고,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파티에 참석해 원하는 상대와 춤을 춘다. 누구에게도 길들여지지 않은 솔직함과 당당함은 많은 남자들을 매료한다.
그런 로즈에게도 운명같은 만남이 찾아왔다. 파일럿 마이클은 죽음도 개의치 않았던 아일랜드의 강경 공화주의자. 그는 로즈와 함께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꿈을 품는다. 하지만 두 사람을 갈라 놓으려는 사람들에 의해 로즈는 자신이 낳은 아이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50년 동안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로즈, 훗날 '레이디 로즈'(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안타까운 사랑은 50년 뒤 드러난다. 그가 지낸 정신병원이 이전을 결정하게 되면서 다른 병원으로 보내기 위해 병원을 찾은 정신과 의사 그린 박사(에릭바나)에 의해서다.
그린 박사는 환영을 보며 정상적인 세계에 살지 못한다는 로즈에게 누구도 몰랐던 비밀을 듣게 되고, 성경책에 빼곡히 적어 내려간 로즈의 삶 또한 재조명 한다. 이 영화는 아일랜드 작가 서배스천 배리의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원작의 시적인 울림과 섬세한 묘사, 그리고 충격적인 반전은 영화로 옮겼을 때 더 서정적이고 미스터리하게 구현됐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여섯번 노미네이트 됐던 짐 쉐리단 감독은 대자연 속 매혹적인 여성 로즈와 그를 둘러싼 세속적인 무리들을 한 프레임에 담으면서도 디테일한 감정선을 놓치지 않았다. 특히 캐릭터, 영상, 음악 삼박자가 절묘하게 맞닿도록 말이다.
영화 '로즈'에 몰입을 높이는 데는 배우들의 현실적인 연기가 일조했다. 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두 배우인 루니 마라와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젊은 시절의 로즈, 50년 후의 '레이디 로즈'를 각각 맡았다.
50년 동안 정신병원에서 세월을 보낸 '레이디 로즈',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50년 간 갇혀지내 환영을 보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으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젊은 로즈, 루니 마라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는 강인한 여성으로 분해 '인생 연기'를 펼쳤다. 회색 빛 세상에 피어난 한 떨기 꽃과 같은 그의 룩은 캐릭터에 생동감을 더했다.
로즈와 레이디 로즈의 테마 음악은 아주 이색적이고 인상적인 월광 소나타다. 영화관에서 나오는 내내 귓가에서 맴돌지 모른다. 상영시간 108분, 오는 12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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