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창의 정치세계] 반기문 총장에 보낸 JP 메시지 '실종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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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충청의 맹주였던 김종필 전 총리(JP)가 귀국을 앞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은밀한 메시지를 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귀국한 뒤 말을 아끼고 10여일 동안 귀국 인사만 다니라”는 게 핵심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귀국 후 만날 주요 인사 리스트도 메시지에 들어있었다고 한다.
정치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JP가 정치경험이 없는 반 전 총장을 돕기 위해 이 같은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안다”며 “나중에 확인해보니 반 전 총장이 이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JP는 일찌감치 반 총장을 돕기로 한 상태였다. JP 메시지가 구두 메시지였는지 등 메시지의 수준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지만 JP가 어떤 형태로든 메시지를 전하려 했던 것 같다. JP가 메시지를 냈는데 반 전 총장이 받지 못했다면 반 전 총장의 대권포기를 예고한 상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정치 멘토라 할 수 있는 JP의 메시지 조차 제대로 전달이 안되는 상황이었다면 문제가 심각했다는 지적이다.JP의 메시지를 접하지 못한 반 총장은 JP의 충고와는 거꾸로 움직였다. 귀국직후 공항에서 서울역까지 자가용 대신 공항철도를 이용했다. 대중을 빨리 만나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반 전 총장은 매일 전국을 돌려 하루에 몇가지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했다.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있다 보니 한국인의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데다 정치 경험이 없어 이런저런 구설에 휘말렸다.
20%정도였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움직인 게 거꾸로 지지율 하락을 불렀다. 의욕만 앞섰을 뿐 대선 준비가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서둘러 움직인게 화근이었다. 자연 대중에게 콘텐츠를 보여줄 게 없었다. 반 전 총장을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 “준비가 안됐다. 내용이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지지율 하락은 당연한 결과였다.
JP는 귀국 후 우리 정치권에서 만나야 할 주요 인사들 리스트를 함께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들과 만나 행보를 정하라는 메시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다른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이 JP 말대로 움직였다면 지지율이 더 올라갔을 것”이라며 “귀국 후 보여준 행보는 3류 정치인 수준이었다”고 혹평했다. JP의 말대로 했으면 ‘제3지대 빅텐트’도 성사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물론 반 전 총장이 대권도전을 포기한데는 우리 정치권에 대한 깊은 실망감이 작용했다고 한다. 몇몇 정치인에 대해서는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전문이다. 이들은 반 전 총장이 귀국하면 다 해줄 것처럼 말해놓고 실제 귀국하자 제대로 돕지 않았다. 돕겠다던 충청권 의원들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사이 돈은 자꾸 들어갔다. 이상한 지지단체들만 여기저기서 생겨났다. 감당하기 어려웠다. 결국 부인의 만류로 반 전 총장은 대권을 접었다. JP의 메시지 대로 움직였다면 대선구도도 많아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정치는 생물이다.
이재창 선임기자 leejc@hankyung.com
정치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JP가 정치경험이 없는 반 전 총장을 돕기 위해 이 같은 메시지를 보냈던 것으로 안다”며 “나중에 확인해보니 반 전 총장이 이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황당했다”고 말했다. JP는 일찌감치 반 총장을 돕기로 한 상태였다. JP 메시지가 구두 메시지였는지 등 메시지의 수준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지만 JP가 어떤 형태로든 메시지를 전하려 했던 것 같다. JP가 메시지를 냈는데 반 전 총장이 받지 못했다면 반 전 총장의 대권포기를 예고한 상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정치 멘토라 할 수 있는 JP의 메시지 조차 제대로 전달이 안되는 상황이었다면 문제가 심각했다는 지적이다.JP의 메시지를 접하지 못한 반 총장은 JP의 충고와는 거꾸로 움직였다. 귀국직후 공항에서 서울역까지 자가용 대신 공항철도를 이용했다. 대중을 빨리 만나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반 전 총장은 매일 전국을 돌려 하루에 몇가지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했다. 오랫동안 한국을 떠나있다 보니 한국인의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데다 정치 경험이 없어 이런저런 구설에 휘말렸다.
20%정도였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움직인 게 거꾸로 지지율 하락을 불렀다. 의욕만 앞섰을 뿐 대선 준비가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서둘러 움직인게 화근이었다. 자연 대중에게 콘텐츠를 보여줄 게 없었다. 반 전 총장을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 “준비가 안됐다. 내용이 없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지지율 하락은 당연한 결과였다.
JP는 귀국 후 우리 정치권에서 만나야 할 주요 인사들 리스트를 함께 보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스트에 오른 정치인들과 만나 행보를 정하라는 메시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다른 관계자는 “반 전 총장이 JP 말대로 움직였다면 지지율이 더 올라갔을 것”이라며 “귀국 후 보여준 행보는 3류 정치인 수준이었다”고 혹평했다. JP의 말대로 했으면 ‘제3지대 빅텐트’도 성사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물론 반 전 총장이 대권도전을 포기한데는 우리 정치권에 대한 깊은 실망감이 작용했다고 한다. 몇몇 정치인에 대해서는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전문이다. 이들은 반 전 총장이 귀국하면 다 해줄 것처럼 말해놓고 실제 귀국하자 제대로 돕지 않았다. 돕겠다던 충청권 의원들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사이 돈은 자꾸 들어갔다. 이상한 지지단체들만 여기저기서 생겨났다. 감당하기 어려웠다. 결국 부인의 만류로 반 전 총장은 대권을 접었다. JP의 메시지 대로 움직였다면 대선구도도 많아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정치는 생물이다.
이재창 선임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