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도경영이 답이다

"부적절한 거래는 기업 생존 위협
부패차단 활동 국제적 강화 추세
윤리경영으로 신뢰 쌓아 나가야"

박희권 < 주스페인 대사 >
작년 말 미국 검찰은 브라질 최대 건설업체인 오데브레시사에 해외 공공사업 수주를 위한 뇌물공여죄를 적용해 최소 35억달러(약 4조2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 ‘해외부패방지법’을 1977년 제정한 이래 최대 규모의 벌금이다. 오데브레시사는 2001년 이후 12개국 100여건의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8억달러의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패 스캔들의 후폭풍이 관련 국가를 휩쓸고 있다. 관련국들은 이 회사와 관계된 인사 및 기업에 대한 수사와 제재에 착수했다. 브라질을 포함한 11개국 검찰이 부패수사를 위한 국제 공조에 합의했고 수백 명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오데브레시사 대표는 징역 19년형을 선고받았다. 상당수 국가에서는 오데브레시사와의 계약파기를 결정했고 이 회사의 자국 내 영업활동을 금지하는 등 제재조치를 취했다. 국제사회는 이번 뇌물스캔들이 국제 거래에 만연한 부패를 근절하고 정치시스템과 제도를 개혁하는 단초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2000년 이후 국제거래에서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각국 노력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제정 이후 약 25년간 해외부패방지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지는 않았다. 최근 이 법의 집행을 강화하고 있고 벌금액수도 급증하고 있다. 지멘스(독일), 알스톰(프랑스) 등 상당수 글로벌 기업들이 이 법의 적용을 받아 막대한 벌금을 낸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에서도 국제 상거래에서 부패를 없애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기업들도 변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역할에 대한 개념이 자본주의 내 ‘성장·발전’하는 존재에서 자본주의 발전에 ‘기여’하는 존재로 바뀌어야 한다는 자성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많은 기업은 부정부패 활동의 금지를 넘어 사회적 공헌(CSR) 활동으로까지 자신들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활동에서 도덕성, 윤리관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부적절한 거래는 궁극적으로 기업에 손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우선 뇌물 등 불법행위가 드러날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둘째, 조사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 기간 회사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셋째, 일단 혐의가 알려지면 국제적으로 조직된 시민단체 등에 의해 회사의 신뢰도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된다. 주가하락은 물론이고 다른 사업의 입찰과정에서도 배제될 수 있다.세계로 뻗어나가는 우리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2016년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기업 중 한국 기업은 67개에 달했다. 미국, 중국, 일본, 영국에 이어 세계 5번째였다. 글로벌 경영을 하는 우리 기업들은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세계 각국 경쟁사와 사활을 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필자도 방산·조선·건설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장기간에 걸쳐 협상을 벌인 바 있다. 인내와 협상능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과정이었다고 할 정도로 어렵고도 치열한 수주전이었다. 이런 때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의 유혹은 손짓을 한다. 특히, 사회가 투명하지 못한 개발도상국에서 이런 유혹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에 부정부패는 설 땅이 없다. 일시적인 이익을 좇다가 기업의 생존마저도 위협당할 수 있다. 다소 멀고 불편하게 느껴지더라도 윤리, 정도(正道) 경영이 장기적으로 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과거 100년간 소비자에게 신뢰를 준 글로벌 기업만이 살아남았음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박희권 < 주스페인 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