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스포츠] 연인과 보는 LG 야구, 직장 동료와 보는 KIA 야구

KBO리그 관람객 성향조사
'로맨틱 LG', 커플 관람 1위…'나홀로'는 롯데
'연고구단 응원' kt > 롯데 > KIA > 삼성 순
고척돔 쓰는 넥센, 티켓 가격·주차 만족도 '꼴찌'
서울 잠실야구장. 엑스포츠 제공
서울 잠실야구장 203구역~205구역은 연인들의 ‘성지’로 통한다. 키스타임 때 카메라에 가장 잘 잡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LG 트윈스는 ‘성지순례객’들이 찾아오는 팀답게 KBO리그 10개 구단 가운데 연인 단위 관람객 비율이 가장 높다. 반대로 부산 사직야구장은 가장 고독한 경기장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1인 관람 비율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KIA 타이거즈의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는 직장 동료와 함께 관람하는 비율에서 1위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프로스포츠 관람객 2만621명을 분석해 이달 발간한 ‘프로스포츠 고객 성향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KBO리그에서 수도권 도시를 연고지로 한 구단이 지방 구단보다 연인 관람객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서 LG의 연인 관람객 비율은 21.3%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았다. LG와 마찬가지로 서울 연고 구단인두산 베어스(19.1%)와 넥센 히어로즈(18.5%)가 뒤를 이었다. 인천이 연고지인 SK 와이번스는 18.2%를 기록했다.

수도권 구단에서 ‘커플 관람’이 강세로 나타나는 까닭은 도심에 위치한 수도권 야구장의 접근성이 좋아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 구단은 지하철과 시내버스 등 관람객의 대중교통 이용 비율도 다른 구단보다 높게 나타났다. 해마다 최다 관중 기록이 경신될 정도로 야구의 인기가 높아진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야구장에선 야구를 처음 보는 연인에게 룰을 가르쳐주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지방 구단인 KIA 타이거즈(광주·15.3%), NC 다이노스(창원·14.1%), 롯데 자이언츠(부산·13.6%), 삼성 라이온즈(대구·13.4%)는 연인 관람 비율이 평균(16.7%)을 하회했다.
부산 사직야구장. 엑스포츠 제공
지방 구단들에선 다른 지표가 높게 나타났다. 롯데는 1인 관람 비율이 12.2%로 유일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KIA는 직장 동료와 함께 경기장을 찾은 비율이 11.0%로 10개 구단 최고였다. 최저인 두산(2.8%)의 4배다. 가족 관람 비율은 45.6%를 기록한 NC가 가장 높았다.

연고 구단에 대한 충성도는 통념과 엇갈렸다. 수원을 연고지로 한 막내 구단 kt wiz가 지역색이 강한 영·호남 구단보다 높았다. 특정 구단이 고향 혹은 연고지역 팀이어서 응원한다는 응답은 kt(58.5%), 롯데(56.1%), KIA(54.2%), 삼성(52.9%), NC(50%) 순이었다.

‘서울팀’인 두산, LG, 넥센은 팬들의 연고 의식이 낮은 반면 좋아하는 선수나 감독, 경기 스타일, 구단 이미지 때문에 응원한다는 응답이 다른 구단들보다 높았다.한국시리즈 2연패 팀인 두산은 팬들의 열정도 1등이었다. 지난해 116만명이 야구장을 찾아 10개 구단 가운데 최다 관중을 기록한 데 이어 주간 프로야구 생중계 시청 횟수도 4.4일로 최고였다. 1주일 동안 중계되는 6경기를 모두 본다는 응답 또한 41.7%로 유일한 40%대였다.

두산 팬들의 경기장 재방문 의사는 90.1%로 KBO리그 평균(82.4%)과 전체 프로스포츠 평균(77.6%)을 크게 웃돌았다. 구단 상품 구입 경험(91.4%)과 구입 의향(83.8%) 역시 10개 구단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엑스포츠 제공
지난해 신축 구장인 삼성라이온즈파크로 둥지를 옮긴 삼성은 경기장에 대한 팬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라이온즈파크는 좌석 시야와 편안함, 화장실, 경기장 접근성에서 나머지 9개 구단 홈 구장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SK의 인천SK행복드림구장은 전광판에 대한 만족도가 76.7점으로 꼴찌 NC(55.5점)와 격차가 20점에 달했다. 행복드림구장 전광판 ‘빅보드’는 가로 63m, 세로 17.9m, 총면적 1138.75㎡로 세계 최대 면적이다.

넥센은 입장권 가격에 대한 만족도가 43.5점으로 최저를 기록했다. 10개 구단 유일한 40점대다. 넥센 홈 구장 고척 스카이돔의 지난해 입장권 최고 가격(정규시즌·주말)은 9만원으로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았다. 최저 가격이 1만원을 넘는 구단도 넥센뿐이다.

넥센은 주차시설 만족도에서도 낙제점을 받았다. 32.4점으로 1위 SK(62.6점)의 절반에 그쳤다. 경기장은 최대 1만8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반면 주차장은 400여면에 그치기 때문이다. 넥센 구단은 자동차로 고척돔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도보 10분~15분 거리의 민영주차장을 이용을 당부하고 있다.이번 조사에서 구단 이벤트 때문에 경기장을 찾는다는 응답은 3.8%에 불과했다. 사인회나 팬페스트가 경기 관람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조사 대상 20대 여성에 속했던 선아름 씨(가명)는 “이벤트나 사인회엔 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김선주 씨(가명)는 “당일 선발투수가 누구인지가 경기장 방문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