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 자동차 부품사까지 덮쳤다…"중국 공장, 석달 버티기도 힘들어"

현대·기아차 '판매 절벽' 에 부품사들 연쇄 타격

공장 가동률 반토막·위안화 약세 겹쳐 매출 30% 이상↓
일부선 구조조정 검토…조만간 유동성 위기 '우려'
"노골적 반한 마케팅에도 딱 부러지는 대책없어 답답"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 진출한 국내 차 부품업체들이 빈사 지경에 내몰리고 있다. 중국의 이른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현대·기아자동차의 현지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연쇄적인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100여곳이 넘는 중견 부품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은 최근 50~60%대로 떨어졌으며, 매출도 30~50%가량 쪼그라들었다. 지금 같은 상황이 석 달 이상 지속될 경우 일부 업체는 도산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품업체들의 한숨1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 공장을 둔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공장 가동률 하락 및 매출 급감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에 나가 있는 차 부품 관련 기업 수는 150여개(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소속 기준)에 달한다. 이 중 현대·기아차 중국 현지 법인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에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 수는 100여개로 추산된다. 이들 기업이 베이징과 허베이 등에 지은 공장은 300개가 넘는다.

이들 기업의 경영난은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동률이 하락하고 재고가 쌓이면서 매출이 뚝 떨어진 상태다. 차 공조시스템 관련 부품을 만드는 A사는 지난해 90% 이상이던 중국 내 공장 가동률이 올 들어 60%대로 떨어졌다. A사 관계자는 “공장 가동률이 80% 밑으로 떨어지면 수익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에 대한 납품 의존도가 60% 정도인 이 회사는 위안화 약세까지 겹치면서 지난해보다 매출이 30% 이상 줄었다.

중국 현지 토종 완성차 업체들과 거래하지 않고 현대·기아차에만 의존하는 경우는 더 심각하다. 엔진 관련 부품을 만들어 물량 대부분을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B사의 지난달 매출은 50% 넘게 감소했다. 이 회사 재무담당 임원은 “매월 수억원의 적자보다 더 부담스러운 것은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며 “창업 이후 최대 위기”라고 한숨을 쉬었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지 인력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부품사들도 속출하고 있다. 중국 공장에서 직원 500여명을 하루 2교대로 근무하게 하는 C사는 지난해 공장 가동률이 100%에서 올 들어 50%대로 떨어지면서 일부 생산라인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 C사의 사장은 “감원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 차 ‘왕따’ 언제까지…

중국에 진출한 차 부품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게 된 주된 이유는 현대·기아차가 고전하고 있는 탓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중국에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2.2% 줄어든 7만2032대를 팔았다. 폭스바겐 등 다른 수입차 브랜드와 중국 현지 업체들 사이에 끼어 샌드위치 신세가 된 데다 올 들어 중국 정부의 구매세 인하(50%→25%)로 차 수요 자체가 줄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전체 판매량은 지난달 195만대로 작년 3월과 비슷했지만, 1~3월 누적 판매량은 555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중국의 사드 보복까지 겹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중국 내 일부 경쟁 업체들은 ‘배타적 애국주의’를 선동하며 악의적인 사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폭스바겐 일부 딜러들은 한국 차를 팔고 자사 차량을 구입하면 한국 돈으로 50만~260만원을 할인해주는 행사까지 벌이고 있다. 일부 중국 자동차업체는 한국 차를 주문했다가 이를 취소하면 방향제나 왁스 등 ‘애국 선물’을 주는 노골적인 반한(反韓) 마케팅까지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현대·기아차뿐만 아니라 부품사들의 실적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베이징현대 협력업체 관계자는 “당장은 버틸 수 있지만 공장 가동률 및 매출 급감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일부 업체는 자금난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딱 부러지는 대책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베이징=김동윤 특파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