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구의 비타민 경제] 대선 여론 조사와 불가능성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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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투를 가장 잘하는 선수를 결정하는 스포츠 경기와 가장 능력 있는 공직자를 선발하는 선거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지난 2월에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경제학자 케네스 애로 교수는 필자의 스승인 에릭 매스킨 교수의 스승이고 역사상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 중 한 분이다. 애로 교수는 젊은 시절 민의를 가장 잘 반영하는 선거 제도를 연구했는데 놀랍게도 그 연구 결과는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선거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불가능성 정리(impossibility theorem)’였다.
유권자는 가장 선호하는 후보를 뽑고 싶은 마음과 가장 싫어하는 후보를 낙선시키고 싶다는 마음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데 선호하는 한 명에게만 표를 던지는 현재의 투표 방법은 자칫 대부분이 싫어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최근 여론조사는 단순히 선호하는 후보를 조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양자대결을 가상한 여론조사나 호감도와 비호감도를 조사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현재의 단순 다수결에 의한 선거 방식의 한계에 답답함을 느끼는 유권자의 의사를 반영해 보고자 하는 시도인 것 같다. 세상을 떠난 애로 교수가 최근 한국의 여론조사를 보면 “내가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했잖아”라고 하며 빙긋이 웃을 것 같다.
한순구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