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한국산 강관 때리기…관세율 최고 3배로
입력
수정
지면A15
'특정 시장상황' 규정 첫 적용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거세질 듯
![](https://img.hankyung.com/photo/201704/AA.13695438.1.jpg)
미국 상무부는 11일(현지시간) 한국산 유정용 강관의 반덤핑 최종 판정 결과를 발표했다. 넥스틸 제품에 적용되는 관세율을 종전의 8.04%에서 24.92%로, 현대제철 제품은 5.92%에서 13.84%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세아제강 관세율은 3.80%에서 2.76%로 내렸고, 나머지 2개 업체는 12.82%를 유지했다.한국 유정용 강관 업체들은 2013년 미국 업계로부터 덤핑판매를 한다는 혐의로 소송을 당해 2014년 7월 9.89~15.75%의 반덤핑 관세율을 부과받았다. 이후 이들은 매년 반덤핑 관세율이 적정한지 재심을 받아왔다. 지난해 재심에서는 현대제철 관세율이 15.75%에서 5.92%로, 세아제강은 12.82%에서 3.80%로 하향 조정됐다.
업계는 반덤핑 관세율이 다시 높아진 것은 ‘미국 우선주의’ 기치를 내건 트럼프 정부 출범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을 총괄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지난달 초 한국산 유정용 강관 제품의 덤핑마진율을 9.89~15.75%에서 36% 선으로 대폭 올려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상무부에 전달했다.
나바로 위원장이 상향 조정의 근거로 든 게 ‘특정 시장상황’ 규정이다. 한국산 유정용 강관은 덤핑 수출된 중국산 핫코일을 원재료로 생산하기 때문에 미국 내 덤핑마진(한국 내 판매가격-미국 수출가격)을 계산할 때 단순히 한국 내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할 게 아니라 한국산 원료(핫코일)로 제조했을 때 예상되는 더 높은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나바로 위원장은 또 “지금처럼 한국산 유정용 강관을 낮은 관세율로 수입하면 텍사스에 공장을 완공한 아르헨티나의 테라리스사에도 타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특정 시장상황이란 규정이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규정이 실제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미국 유정용 강관시장에서 한국은 1위 수출국이다. 유정용 강관은 셰일오일 등 원유를 뽑아낼 때 사용하는 강관이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