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채권 등 전통자산 투자로 고전하자…대체투자로 눈돌리는 증권사 헤지펀드

신영·코리아에셋투자증권, 영화·부동산 등에 잇따라 투자

'정통파' NH·토러스증권은 주식·채권서 마이너스 수익률
출범 8개월째를 맞은 증권사 헤지펀드들이 수익률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는 ‘정통파’ 헤지펀드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자 영화 부동산 등 틈새시장을 노리는 증권사도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 교보증권 토러스증권은 채권이나 주식 등 전통자산에 주로 투자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증권업계 최초로 헤지펀드를 내놓은 NH투자증권은 한 개 펀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멀티전략’을 추구한다.NH투자증권이 구사하는 전략은 △주가가 오를 것 같은 주식은 매수(롱)하고 떨어질 것 같은 주식은 공매도(쇼트)하는 롱쇼트전략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매입해 차익거래하는 메자닌 투자 △유상증자 등 주가 변동 계기가 있는 주식에 투자하는 이벤트 드리븐 투자 등 다양하다.

대체투자 자산도 일부 있지만 주력은 주식과 채권이다. 다양한 투자전략에도 불구하고 펀드 수익률은 연환산 기준 -0.15%로 부진하다.

교보증권과 토러스증권은 채권에 주로 투자한다. 교보증권은 수익률은 낮지만 안정적으로 단기자금을 운용하고 싶어 하는 투자자를 파고들었다. 국채, 공사채, 기업어음(CP)에 투자하는 펀드의 만기를 3개월가량으로 짧게 설정하는 식이다. 연환산 수익률은 3.32%로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토러스증권은 채권 공매도 전략을 쓰고 있다. 저평가된 채권을 사고 고평가된 채권은 공매도하는 롱쇼트 전략으로 수익을 낸다. 하지만 공매도 전략이 주효하지 않은 탓에 연환산 수익률은 -27.72%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통파 헤지펀드들이 길을 잃자 신영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은 영화 제작, 수익형 부동산 등 새로운 투자처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영증권은 영화 투자배급사인 NEW와 손잡고 이 회사가 제작하는 영화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를 내놓을 예정이다. 최초 설정액은 100억원 이상, 5년 만기 펀드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또 다른 영화 투자배급사인 쇼박스와 손잡고 ‘코리아에셋SHOWBOX문화콘텐츠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3년간 쇼박스가 투자 및 배급하는 영화에 투자한다. 5년 만기로 60억원가량을 설정할 예정이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은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를 내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한 증권사 헤지펀드운용담당 본부장은 “영화 등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헤지펀드가 증권사 헤지펀드의 새로운 모델이 될지 관심을 끈다”면서도 “이들 펀드는 환매가 어렵기 때문에 대표 펀드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의 헤지펀드 운용 업무는 지난해 5월부터 허용됐다. 같은 해 8월 NH투자증권이 첫 헤지펀드를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여섯 개 증권사가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지난 10일 인가를 받은 케이프투자증권은 이달 비상장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와 대출형 헤지펀드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유안타증권도 헤지펀드 운용을 검토하고 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