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개헌안 가결…에르도안 21세기 술탄 대통령 등극

터키 국민투표에서 개헌안이 가결되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21세기 술탄'에 등극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6일 밤 개헌안 국민투표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했다.터키 선거관리위원회(YSK)에 따르면 찬성투표가 51.3%로 반대투표를 2.6%포인트 앞섰다. 총유권자 5836만여 명 가운데 5060만여 명이 참여해 투표율 87%를 기록했다.

찬반 격차가 3%포인트에도 못 미치는 결과로, 투개표 공정성 시비가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최대 도시 이스탄불, 수도 앙카라, 에게해 연안 이즈미르 등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와 마르마라·에게해 연안도시에서는 반대투표가 앞섰지만, 코니아, 카이세리, 요즈가트, 시와스 같은 보수적인 내륙 도시에서 찬성 몰표가 쏟아졌다.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슬람주의와 반서방 기조와 분열전략이 이번에도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새 헌법에 따른 정부구조가 2019년 11월 대선·총선 이후 발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헌에 터키 정치권력구조가 현행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 속칭 '제왕적 대통령제'로 전환된다.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가 1923년 공화국을 수립한 지 약 1세기 만에 의원내각제가 폐기된다. 새 헌법에 따라 총리직은 없어지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부통령직위가 신설된다.대통령은 법률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 행정명령을 발표할 수 있고,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 대통령이 판·검사 인사에 막강한 영향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사법부 장악력이 커졌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가 5년으로 같아졌고, 같은 날 동시에 선거를 치른다. 첫 선거는 2019년이다. 대통령은 1회 중임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조기 대선·총선을 시행하는 권한을 갖고, 중임한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조기 대선에 또 출마할 수 있다.이론적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중임 조항에 따라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기 만료 직전 조기 대선을 시행한다면 2034년까지도 재임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개헌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명실상부한 국정 1인자로서 더욱 막강한 권한을 틀어쥐고 초장기간 집권할 수 있는 제도기반을 마련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이스탄불에서 투표 후 "개헌은 변화와 변혁을 위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각국 헌법재판기구 협의체인 베니스위원회는 새 터키헌법의 내용이 "터키의 입헌민주주의 전통에 역행하는 위험한 시도로, 전제주의와 1인 지배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권은 이번 투개표 결과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1야당 공화인민당(CHP)은 "선관위가 투표 당일 날인이 없는 투표용지도 유효 처리키로 방침을 변경했다"며 잘못된 결정을 시정하라고 촉구했다.제2야당 인민민주당은(HDP)은 "3∼4%p가 조작된 것으로 의심된다"며 선관위에 공식 이의제기를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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