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신세계·이케아…올해는 '은평·고양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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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뉴타운·삼송·지축·원흥지구 100만 인구 노려지난해 유통업계는 ‘강남대전’을 치렀다. 신세계백화점이 강남점 증축으로 불을 댕겼고, 면세점들도 강남에 터를 잡고 사업권 따내기에 나섰다. 올해는 무대가 북쪽으로 올라왔다. 서울 은평과 경기 고양시 일대가 유통업계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서북대전’이라고 부른다. 작년 11월 롯데는 복합쇼핑몰을 은평에 열었다. 올 하반기에는 스타필드고양, 이케아 고양점, 롯데아울렛 고양점이 일제히 개장한다. 은평뉴타운과 고양 삼송·지축·원흥지구 등 인근 지역 100만명이 잠재 고객이다.
롯데 은평점 500만명 방문
고양엔 이케아와 아울렛 출점
신세계는 고양에 스타필드
축구장 50개 크기 초대형몰
◆롯데는 은평몰로 선점‘서북대전’ 기선은 롯데가 잡았다. 롯데몰 은평점에는 작년 개장 후 100일 만에 500만명이 다녀갔다. 인근에 대형 쇼핑몰이 없는 점을 노리고, 머무르는 시간을 길게 하는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정준택 롯데몰 은평점장은 “영업 면적의 4분의 1을 체험 위주의 즐길거리로 채웠다”고 설명했다. 아이를 중심으로 가족이 다 함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구성했다는 얘기다.
이 점포에는 롯데의 또 다른 전략이 숨어 있다. 교외에 복합쇼핑몰을 대규모로 내는 신세계와 달리 교외로 가는 길목에 쇼핑몰을 세워 발길을 차단하는 전략이다. 롯데몰 은평점도 서울 도심에서 스타필드고양으로 가는 중간지점에 있다.
◆스타필드고양 vs 롯데·이케아신세계의 스타필드고양은 하반기 문을 연다. 개장 시기는 8월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스타필드고양은 롯데몰 은평점과는 차로 10분 이내 거리에 있다. 국내 최초로 ‘쇼핑 테마파크’를 내건 스타필드는 규모부터 눈길을 끈다. 부지 면적은 롯데몰 은평점의 약 3배인 10만㎡에 육박한다. 연면적은 36만4400㎡로, 축구장 50개를 합쳐놓은 크기다. 백화점부터 창고형 할인매장, 전문점, 엔터테인먼트 등 쇼핑과 체험공간이 한꺼번에 들어선다. “더 많은 시간을 머물게 하는 것이 미래 유통의 경쟁력”이라는 정용진 부회장이 스타필드고양을 직접 챙기고 있다.
롯데는 이케아와 함께 스타필드고양을 압박할 계획이다. 이케아코리아의 국내 두 번째 매장 고양점이 오는 10월 문을 연다. 한 건물에 롯데아울렛과 이케아가 함께 들어선다. 건물 하나를 쇼핑몰과 같이 쓰는 것은 세계 340여개 매장을 둔 이케아도 처음 하는 실험이다. 세실리아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고양점장은 “가족 단위 방문자를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해 동선을 효율화했다”고 설명했다.
◆100만 인구 격전장 될 듯서울 서북 지역과 고양은 과거 유통업계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재래시장 중심이었다. 인구도 적었다. 제대로 된 백화점도 없었다. 통일로 등 중심 도로가 상습 정체구역이어서 교통도 안 좋았다. 하지만 은평뉴타운이 들어서며 달라졌다. 사람이 많아지자 쇼핑 수요가 급증했다. 2001년 들어선 이마트 은평점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이마트 은평점은 147개 이마트 매장 가운데 매출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 이마트는 올 들어 은평점에 대한 대규모 확장 공사를 하고 있다.
은평뉴타운보다 더 큰 고양 삼송지구가 분양 중이며, 지축·원흥지구 등도 개발에 속도가 붙자 유통업체들이 이 지역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 인근 서울 서대문·마포 등 지역과 경기 일산 일부 지역까지 합하면 100만명 가까운 인구를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난도 개선되고 있다. 내년 이 지역을 지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착공 예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서울 서북권 일대 대형 쇼핑센터 인근 집값이 들썩이며 ‘몰세권’(역세권에서 따온 조어)이란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