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돌리기' 주기 빨라진 대선테마주

돌연 급등→해명 공시→20~50% 털썩
5월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 테마주’가 급등락하는 등 요동치고 있다. 정치 테마주는 선거철마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움직임을 보였는데, 올해는 그 주기가 빨라졌다는 평가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안랩은 국민의당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된 지난달 15일 이후 주가가 뛰었다.안랩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창업한 기업이다. 안 후보가 186만주(18.57%)를 갖고 있다. 올해 초까지 5만~6만원대에 머물던 안랩 주가(유가증권시장)는 지난달 31일 14만7300원(종가 기준)까지 치솟았다. 안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다음날인 지난 5일 전날보다 20.28% 급등한 12만9900원에 마감하기도 했다. 이후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이날 10만8300원까지 떨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정치 테마주의 등락 주기가 지난 18대 대선의 테마주들보다 빠르다고 지적한다. ‘박근혜 테마주’로 꼽힌 EG 주가는 2011년 11월 말 2만6000원대에서 2012년 1월 8만700원까지 상승했다. 이후 대선이 있었던 2012년 12월께 3만~4만원대로 서서히 떨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 씨가 EG 회장이다.

대통령 탄핵(파면)으로 대선일이 급히 확정된 것 외에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6월부터 도입한 ‘사이버 얼럿(alert)’ 시스템도 테마주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래소는 대선후보와 업체의 관계에 대한 풍문·루머가 인터넷상에서 자주 등장하면 기업에 경보(얼럿)를 발동하고 해명 공시를 하도록 하고 있다.올 들어 사이버 얼럿을 통해 해명공시를 한 기업은 32곳에 이른다. 공시 이후에 주가는 대체로 조정받고 꺾이는 추세다. DSR제강은 ‘문재인 테마주’로 꼽히며 지난달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장중 2만1000원까지 오르며 1년 내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회사 홍하종 대표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경남고 동문이어서 테마주로 묶였다. 회사 측은 지난달 13일 ‘문 후보와 관련이 없다’고 해명 공시를 냈다. 이날 주가는 1만1450원으로 해명 공시일의 종가(1만4650원)보다 21.84% 하락했다.

루머에 대한 해명 공시 이후 ‘문재인 테마주’로 꼽힌 바른손(-33.06%) 우리들휴브레인(-21.94%),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된 다믈멀티미디어(-28.68%) 오픈베이스(-24.05%) 등이 모두 크게 하락했다. 남찬우 한국거래소 투자자보호부장은 “사이버 얼럿은 투기 목적의 투자자들에게 냉정심을 찾아주자는 취지로 도입했다”며 “정치 테마주는 대부분 투기적 수요와 소문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홍윤정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