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1] 부담주는 스탠딩 토론, 의자에 앉을 용감한 후보 누구입니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8일 "어떤 정당에서 제가 노쇠한 후보라고 하는데 맞는 말인가"라며 자신의 나이를 둘러싼 다른 후보들의 공세에 응수했다.

최근 대선후보 간 TV토론 방식 조율 과정에서 문 후보가 '스탠딩 자유토론 방식'을 거부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이에 국민의당에서 "2시간도 서 있지 못하겠다는 문 후보는 국정운영을 침대에 누워서 할 것인가"라고 비판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문 후보는 이날 전북 전주시의 덕진노인복지회관을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어르신 정책'을 발표한 뒤 노인들과 대화하면서 "제가 올해 만 64세"라며 "노쇠한 후보라고 말을 하는데 맞는 말인가. 오히려 나이가 곧 경륜이고 나이가 지혜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신경민 방송콘텐츠본부 공동본부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문 후보를 겨냥한 '나이 공세'에 대해 반박했다.

신 본부장은 "스탠딩 토론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고, 걸터앉는 의자를 준비해 놓는 유연한 방식의 스탠딩 토론도 있다"며 "이 유연한 방식을 취하자고 요청을 한 것인데 그 사이 악의적으로 언론에 흘리고, 모 정당에서는 '누워서 국정을 하자는 거냐'며 나이 든 지도자들을 모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비판했다.내일(19일) 열리는 KBS TV토론회에선 대선후보들은 두 시간 내내 서서 토론을 이어가는 스탠딩 토론을 선보인다.

또 이날 토론회에선 후보들 모두 참고자료를 사용할 수 없고 상대 후보의 발언을 기록하는 종이도 방송사 쪽에서 제공하는 20매가 전부다.

민주당 측에서 스탠딩 토론을 지양했으면 하는 입장을 밝히자 국민의당은 "2시간도 서 있지 못하겠다는 문재인 후보, 국정운영은 침대에 누워서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다. 2시간도 서 있지 못하는 후보가 정상적인 국정수행이 가능하겠나"라고 비판했다. 박광온 공보단장은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스탠딩 토론의 취지를 적극 찬동하고 환영한다"면서 "다만 스탠딩 토론의 취지가 100% 살아나려면 완전한 자유토론 형식이어야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박 단장은 "스탠딩 토론을 하게 되면, A후보와 B후보가 토론하고 있을 때 나머지 세 분은 가만히 서있어야 하는 어색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면서 "120분 토론을 한다고 했을 때 후보자 다섯 분, 사회자까지 하면 여섯 분이 평균 20분정도 말하게 될 것이다. 20분 동안 말을 하고 나머지 100분 동안은 가만히 서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것은 의미 없을 뿐 아니라 어색한 일이다. 스탠딩 토론의 취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스탠딩 토론 진행방식에 대해 민주당이 수용하면서 다섯명의 대선 후보들은 서서 토론을 하게 됐다. KBS 측은 대선후보들이 TV토론 중 앉을 수 있는 비상보조의자를 준비하지만 실제 자리에 앉을 경우 토론 이후 체력문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이다.신경민 본부장은 "결국 의자를 가져다 놓는 방식으로 합의는 됐지만 이제 어느 후보도 거기에 걸터앉을 수 없게 됐다. 앉으면 '서 있지도 못한 후보'라고 손가락질을 받지 않겠나"라며 "(다른) 정당의 잘못된 대응 때문에 후보들에게 쓸데없는 부담을 주게 됐다.업보라고 본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BS가 주최하는 이번 토론회는 박영환 KBS 보도본부 취재주간의 진행으로 밤 10시부터 12시까지 KBS 1TV를 통해 120분 동안 생방송될 예정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