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가 뭐길래~40년 한우물 판 권의철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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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학교 수업이 끝나면 집 인근에 있는 경북 상주 남장사(南長寺)에 지주 놀러 갔다. 어린 눈에는 주변의 석탑과 비석이 신기하게 보였다. 돌에 새겨진 글자들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세월의 더께가 묻어있어 더욱 끌렸다. 비석과 석탑에 내려앉은 세월의 흔적을 화가처럼 화면에 담아내고 싶었다. 그림을 그리겠다고 마음 먹은 그는 14세에 서울로 올라와 미술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서라벌예고와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어린시절 비석과 석탑의 묘한 매력에 이끌려 한평생 추상화 적업을 이어왔다. 한국 단색화(모노크롬)의 1.5세대 작가 권의철 화백(72)의 이야기다.
그의 개인전이 오는 30일까지 서울 당산동 영등포갤러리에서 열린다. 1974년 제23회 대국전(國展)에서 특선을 수상한 권 화백은 1984년까지 10여년간 일곱 번이나 입상했다. 매년 단체전에 참여하고, 개인전을 24회 열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비구상부문심사위원장, 운영위원을 지냈고, 현재 국전작가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국민체육진흥공단의 주최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비석과 석탑, 불상을 소재로 40여년 간 고집스럽게 작업한 단색화 ‘히스토리’연작 30여점을 내걸었다. 권 화백은 “한때는 단색화도 그림이냐며 사회적 멸시도 받았지만 스님이 반복해서 독경하듯 끊임없이 반복한 행위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마치 비석을 찍어낸 듯한 작품은 그의 부단한 열정과 집념이 담겨 있다. 화면에 기계를 쓰지 않고 일일이 세필로 수 만개의 글씨를 일일이 새겨넣고 지우기를 반복했고, 화려한 색채를 무한 반복적으로 올리고, 버무렸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을 노동집약적이란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제작과정에 때로는 시행착오가 생기거나 판단의 실수로 예상치 못한 형태미가 나오면 과감히 버렸다.
작가는 “나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다. 형태조차도”라고 말할 정도로 특정한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림의 요체로 꼽은 역사성과 촉각성, 행위성은 하나의 캔버스에서 겹치거나 서로 맞물리며 세월의 흔적을 향해 퍼져 나아간다.권 화백은 무엇보다 작품 속에 조형의 기본형이 있다고 했다. 그게 뭐냐고 물었다. 화가의 상상력이 막 움트는 ‘반복성’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권 화백은 “수없이 시도한 붓질로 겹침과 중첩이 반복되는 바탕에 누군가의 염원을 기원하듯 파내려간 글씨와 조형물들은 역사의 흔적에서 얻은 모티브”라며 “시간이 휩쓸고 간 세월의 자취에서 발견해낸 미학을 오늘 우리 정신사의 견실한 주춧돌로 삼고자 하는 조형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02)2679-198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그의 개인전이 오는 30일까지 서울 당산동 영등포갤러리에서 열린다. 1974년 제23회 대국전(國展)에서 특선을 수상한 권 화백은 1984년까지 10여년간 일곱 번이나 입상했다. 매년 단체전에 참여하고, 개인전을 24회 열었다. 대한민국 미술대전 비구상부문심사위원장, 운영위원을 지냈고, 현재 국전작가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국민체육진흥공단의 주최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비석과 석탑, 불상을 소재로 40여년 간 고집스럽게 작업한 단색화 ‘히스토리’연작 30여점을 내걸었다. 권 화백은 “한때는 단색화도 그림이냐며 사회적 멸시도 받았지만 스님이 반복해서 독경하듯 끊임없이 반복한 행위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마치 비석을 찍어낸 듯한 작품은 그의 부단한 열정과 집념이 담겨 있다. 화면에 기계를 쓰지 않고 일일이 세필로 수 만개의 글씨를 일일이 새겨넣고 지우기를 반복했고, 화려한 색채를 무한 반복적으로 올리고, 버무렸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을 노동집약적이란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제작과정에 때로는 시행착오가 생기거나 판단의 실수로 예상치 못한 형태미가 나오면 과감히 버렸다.
작가는 “나는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다. 형태조차도”라고 말할 정도로 특정한 이미지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림의 요체로 꼽은 역사성과 촉각성, 행위성은 하나의 캔버스에서 겹치거나 서로 맞물리며 세월의 흔적을 향해 퍼져 나아간다.권 화백은 무엇보다 작품 속에 조형의 기본형이 있다고 했다. 그게 뭐냐고 물었다. 화가의 상상력이 막 움트는 ‘반복성’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권 화백은 “수없이 시도한 붓질로 겹침과 중첩이 반복되는 바탕에 누군가의 염원을 기원하듯 파내려간 글씨와 조형물들은 역사의 흔적에서 얻은 모티브”라며 “시간이 휩쓸고 간 세월의 자취에서 발견해낸 미학을 오늘 우리 정신사의 견실한 주춧돌로 삼고자 하는 조형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02)2679-198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