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매니저' 떠나자 상처만 남은 펀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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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한투 '네비게이터' 이끌던 박현준 매니저마저…
최광욱·박지홍·동일권…운용사 간판급 매니저 이탈
경쟁사 이직…창업 나서기도
운용사, 펀드 수익률 하락·환매 우려 매니저 붙잡기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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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스타 펀드매니저가 퇴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가치투자를 앞세워 ‘코리아리치투게더’를 인기 펀드로 일궈낸 최광욱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운용본부장은 지난 2월 회사를 그만두고 J&J자산운용을 세워 대표가 됐다.
그는 ‘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강방천 회장이 2008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설립 후 운용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펀드 총괄을 맡겼던 간판 펀드매니저다. 최 대표는 창업 직후 펀드 시장 부진 속에서도 56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라자드자산운용이 한국 사무소를 설립한 2005년부터 대표를 맡아 12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동일권 대표도 회사를 떠났다. 그가 이끈 ‘라자드코리아’ 펀드는 2010년 설정 후 92.2%의 수익률을 올렸다. ‘한국헬스케어’ 펀드를 운용하던 박택영 전 미래에셋자산운용 섹터리서치본부 팀장과 동부자산운용의 ‘진주찾기’ 펀드를 맡았던 정상진 팀장 등도 이직 행렬에 동참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후 회사를 옮긴 펀드매니저는 76명이다. 전체 펀드매니저(607명)의 12.5% 수준이다.
◆자금 이탈 가능성 높아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박 본부장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 본부장이 속한 코어운용본부는 이 회사 주식 부문 수탁액(10조3000억원)의 31.0%(3조2000억원)를 맡아 운용하고 있다. 업계에선 박 본부장이 회사를 떠나면 자금 이탈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펀드 운용 전략의 변화가 있을 수 있는 데다 일관된 투자 원칙을 지키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한 펀드매니저는 “오랜 기간 일관된 운용 스타일을 보인 펀드들은 단기수익이 부진해도 펀드매니저의 철학을 믿고 투자하는 고객이 적지 않다”며 “간판 펀드매니저를 따라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광욱 대표가 이끌었던 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는 지난해 2월 그가 퇴사한 뒤 설정액이 9800억원에서 4261억원으로 5539억원(-56.5%)이나 줄었다.
일각에선 펀드매니저 이직으로 투자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는 최 대표 퇴사 이후 1년2개월 동안 -2.3%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박 팀장이 떠난 미래에셋한국헬스케어펀드는 1년 만에 -22.7%의 저조한 수익률을 냈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드 수익률은 매니저의 주식 선정 능력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난다”며 “매니저가 바뀌면 펀드 투자를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