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 동남아 바이오회사에 첫 투자

베트남 바이오시밀러 '스타기업' 나노젠에 230억 '베팅'

의약품 시장 연 10%씩 성장, 동남아 기업 국내 상장도 관심
▶마켓인사이트 4월20일 오전 10시48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베트남 유일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회사에 투자한다.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털이 미국 호주 중국 등의 해외 바이오 기업에 투자한 사례는 있지만 동남아시아 지역 바이오 투자는 처음이다.

◆베트남 스타기업 ‘나노젠’에 투자

20일 제약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베트남 호찌민시에 있는 바이오시밀러 회사 나노젠제약생명공학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를 2000만달러(약 23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1997년 설립된 나노젠은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 지역 전체를 통틀어도 흔치 않은 바이오시밀러 회사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을 모방해 만드는 복제약이다.

나노젠은 현지에서 간염 치료제를 개발한 회사로 스타기업 반열에 올라 있다. 베트남은 2011년까지 간염 환자가 전체 인구의 5%(약 450만명)에 달했다. 수입에 의존하던 간염 치료제는 고가여서 환자들이 투약받기 쉽지 않았다. 나노젠이 2012년 간염 치료제 복제약 생산에 성공한 이후 베트남 간염 환자가 급감했다.

나노젠은 이후 항암제 부작용을 줄여 암 환자의 치료율을 높여주는 과립세포군 촉진인자(G-CSF) 주사제를 개발했다. 지금은 정상적인 세포를 손상하지 않고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단클론항체 바이오시밀러를 임상시험 중이다. 지난해 순이익은 4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의약품 수요 급증하는 동남아 첫 베팅

이번 투자는 국내 투자업계의 첫 동남아 바이오 시장 진출이다. 동남아 시장은 현지 기술력을 검증할 방법이 부족한 데다 의약품 내수시장도 크지 않아 투자처로는 적당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 베트남을 필두로 이 같은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나노젠은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미국 독일 등에서 학위를 받고 다국적 제약사에서 10여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로 구성돼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현지 바이오 기업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의약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베트남 의약품 시장은 2015년 42억달러(약 4조8000억원) 규모로 매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자국 제약시장의 수입의존도를 현 85%에서 2020년까지 20%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의 중요한 경쟁력은 생산단가 절감”이라며 “베트남 현지 기업이라면 싼 가격에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국내 증시에 동남아 바이오 기업이 상장할지도 관심사다. 스틱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일부 사모펀드 운용사와 벤처캐피털은 미국 호주 중국 등지 바이오 기업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 바이오 기업 평가가 후한 편이어서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회수가 손쉬울 것이란 판단에서다.스틱인베스트먼트는 미국 바이오 회사(엑세스바이오)의 국내 첫 상장을 성사시킨 데 이어 중국 바이오 기업의 첫 코스닥 입성도 추진하고 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