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세탁기 진동 잡은 삼성의 '세 가지 비법'

삼성플렉스워시 개발 주역, 김승훈·조성진 책임연구원

(1) 세탁기 옆면 '8각 요철'…최적의 디자인에 3년 걸려
(2) 둥근고리 모양 '밸런서'…반대로 돌면서 진동 줄여
(3) 진동 제어하는 'SW'…일정 진동 넘기면 속도 감소
플렉스워시를 개발한 김승훈(왼쪽)·조성진 삼성전자 책임연구원이 수원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의 소음측정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 연구원이 들고 있는 것이 세탁통의 진동을 상쇄하는 역할을 하는 ‘볼 밸런서’다. 삼성전자 제공
“툭 툭, 탁 탁.”

두께가 똑같은 철판인데 손으로 두드리면 소리가 달랐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내놓은 세탁기 플렉스워시와 일반 드럼세탁기의 옆면이다. 철판은 요철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강도가 달라지는데, 플렉스워시에는 8각형 요철 디자인을 적용해 진동에 저항하는 힘이 세졌다. 최적의 요철 디자인을 찾는 데 삼성전자는 3년을 투자했다. 2012년부터 만 5년이 걸린 플렉스워시 세탁기 개발은 진동과의 싸움, 그 자체였다.24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에서 만난 조성진·김승훈 책임연구원은 “진동과 관련한 특허 기술만 30개를 집약한 끝에 플렉스워시를 출시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조 연구원은 기계구동, 김 연구원은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 진동 저감 기술을 연구했다.

플렉스워시는 각각 수평과 수직으로 회전운동을 하는 일반세탁기와 드럼세탁기가 위아래로 붙은 제품이다. 두 세탁기를 동시에 사용할 때 가장 큰 난제는 강한 진동이다. 이 진동을 제어하지 못하면 세탁기 전체가 버틸 수 없다. 2년 앞서 나온 LG전자의 트윈워시는 무거운 드럼세탁기가 일반세탁기를 눌러 진동을 잡는 데 유리한 구조다. 하지만 일반세탁기가 위에 있는 플렉스워시는 이 같은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었다.
삼성전자 플렉스워시 옆면(오른쪽 흰색 점선 안)에는 일반 드럼세탁기와 달리 8각 요철 디자인이 적용돼 철판 강도가 크게 높아졌다.
이런 이유로 개발팀에는 두 세탁기를 동시에 돌렸을 때 진동의 합이 드럼세탁기 하나 이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과제가 떨어졌다. 플렉스워시의 높이는 트윈워시보다 17㎝ 낮아 일반세탁기와 드럼세탁기 사이가 훨씬 좁다는 점도 풀어야 할 난제였다.개발팀은 둥근 고리 모양의 밸런서(balancer)를 위·아래 세탁기에 각각 두르는 방법으로 진동을 줄였다. 0.01㎜까지 진동을 감지하는 정밀 센서로 진동 정도를 파악한 뒤 밸런스는 진동이 발생하는 만큼 세탁통과 반대로 회전하도록 했다. 진동을 일으키는 세탁통의 운동을 상쇄해 세탁기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덩치가 큰 드럼세탁기에는 쇠구슬이 들어간 밸런서를 장착해 큰 회전운동도 상쇄할 수 있도록 했다. 플렉스워시 드럼세탁기의 세탁통을 손으로 돌려 보면 삼성전자가 특허를 낸 밸런스 안 쇠구슬이 굴러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내장 소프트웨어 성능도 높였다. 한쪽 세탁기의 진동이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가면 다른 쪽 세탁기가 세탁통 회전 속도를 줄여 전체 세탁기의 진동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했다. 이를 위해서는 두 세탁기가 서로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필요할 때 바로 운동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 세탁과 관련한 다양한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두 세탁기 사이의 통신 속도도 빨라야 한다. 김 연구원은 “배선 등 부품을 개선하고 소프트웨어도 최적화해 통신 속도를 일반 드럼세탁기 대비 두 배까지 높였다”고 설명했다.

개발이 마무리된 뒤에도 연구원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진동 수준을 검증했다. 세계 최고의 진동 시뮬레이션 장치를 갖춘 스포츠카업체에 시제품을 보내 진동 수준을 테스트했다. 미국에서만 나는 나무로 만든 마룻바닥을 비행기로 실어 와 테스트하기도 했다. 바닥 재질에 따라 진동 크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조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세탁기를 처음 생산한 1970년부터 세탁통 두 개를 합쳐 동시에 세탁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숙원 과제였다”며 “그동안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능을 구현해 기쁘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