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도시 수출 시대를 열다

"쿠웨이트에 해외 첫 신도시 건설
한국의 경험과 신뢰가 평가된 덕분
한국적 라이프스타일도 접목할 것"

박상우 < LH(한국토지주택공사)사장 >
지난 3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쿠웨이트 주거복지청은 분당신도시 3배 규모의 ‘알 압둘라’ 신도시 건설을 공동투자 방식으로 수행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첫 단계 과정으로 ‘마스터플랜 용역 총괄관리 계약’을 맺었다. 바야흐로 ‘도시 수출’의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수출이란 단어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같은 공산품을 연상시킨다. 도시 수출은 해외에서의 신도시 건설을 의미한다. 종전 한국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수행한 신도시 부지 조성공사나 주택건축, 설계용역 등은 도시 수출이라 칭하지 않는다. 분당이나 판교신도시 등에 적용된 디자인 콘셉트, 토지이용계획 원리, 도로·공원과 같은 각종 기반시설의 배치와 도시공간의 기능적 조화, 에너지·환경·교통·치안·문화 등 각종 기능의 수준과 기획, 재원조달, 건설시공, 유지·관리까지의 전 과정을 주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도시가 수출됐다고 할 수 있다.지구촌은 인구폭발의 시대에 직면해 있다. 현재 75억명 수준인 세계 인구는 2050년에는 100억명 가까이로 늘어날 것이라 한다. 해당 국가들은 도시집중으로 심화되고 있는 각종 경제·사회문제 치유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가 주택난이다. 해당 정부들은 신속한 주택공급을 최우선 정책과제로 올려놓고 있다. 그동안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를 필두로 20여개의 크고 작은 신도시를 건설한 경험이 있는 LH에 큰 기회가 온 것이다.

쿠웨이트 인구는 약 430만명이고 외국인을 제외한 자국민은 130만명이다. 쿠웨이트 헌법은 성인이 된 자국민 남성에게 국가에서 주택을 제공하도록 했는데, 현재 대기자 명부에 기재된 사람이 11만명에 달하며 이들에게 매월 500달러 상당의 현금이 주택수당으로 지급되고 있다. 쿠웨이트 정부로서는 주택 부족으로 인한 국민 불만이라는 정치적 부담과 함께 재정적 부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가용지 부족과 시스템 비효율로 쿠웨이트의 주택 신규 건설은 매년 3000가구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발생한 주택 대기자 해결에만 30년이 걸릴 전망이다.

결국 쿠웨이트 정부는 신도시 건설을 통한 주택 대량 공급을 해법으로 선택하고 수도 쿠웨이트시티 주변에 모두 9개의 신도시 개발계획을 수립했다. 이 중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30㎞)의 알 압둘라 신도시를 한국과 공동사업 방식으로 추진키로 한 것이다. 9개 신도시 중 2호 사업에 해당하는 ‘알 무틀라’ 신도시는 종전의 소규모 주택단지 개발처럼 쿠웨이트 정부가 직접 시행하고 있다.LH가 사업 파트너로 선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가 경험이다. 주요 선진국은 대부분 일찍 인구감소 문제를 겪으며 신도시 건설은 오래전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한국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 인구집중 문제로 인해 30여년 전에 시작한 분당, 일산을 필두로 아직도 동탄, 세종 등 곳곳에서 대규모 신도시 개발을 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을 스마트시티 개념에 접목하면서 신도시 건설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둘째는 한국에 대한 신뢰다. 한국 건설회사들은 1970년대 이후 쿠웨이트에서 많은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개별적 수익성 여부를 떠나 한국 건설회사의 능력에 대한 현지의 평가는 대단히 높다. 전자, 자동차 등 우리 주요 수출상품에 대한 높은 인지도 역시 한국을 기술강국으로 인식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도시 수출은 종합예술과 같다. 건설, 엔지니어링회사뿐 아니라 에너지, 전기전자, 통신, 환경처리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기업이 최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리가 건설하는 도시 곳곳에 진출해야 한다. 첫발을 내디딘 도시 수출이 성공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한국의 미래를 끌고나갈 큰 동력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박상우 < LH(한국토지주택공사)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