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 '사드'까지…20년 만에 중국 사업 접는 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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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중국서 전면 철수이마트가 중국에서 연내 모든 점포 문을 닫기로 했다. 6개 남은 점포가 계속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사업을 끌고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이마트 경영진은 판단했다. 최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인한 중국인의 반한 감정도 기폭제로 작용했다. 중국과 대만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현지 시장에서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점포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했고 제품의 가격경쟁력도 떨어졌다. 이마트는 그 대신 성장하는 베트남과 몽골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한국식 고급화 전략 안 먹혀
피코크 등 제품 판매로 전환
베트남·몽골 등 공략에 주력
◆후발주자 약점 극복 못 해이마트는 1997년 국내 할인점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상하이 취양점이 1호점이다. 당초 목표는 중국에 1000개 매장을 내는 것이었다. 2004년 이후 점포를 공격적으로 늘렸다. 2010년엔 26개가 됐다. 하지만 수익성은 좋지 않았다. 후발주자라 점포 입지가 좋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여기에 뱅가드 등 중국 업체의 가격경쟁력을 따라갈 수 없었다. 2011년 이마트는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11개 점포를 한꺼번에 매각했다. 현재 남은 점포는 6곳.
이마트 관계자는 “중국 측과 임대료, 고용 문제 등의 협의가 끝나는 대로 모두 철수할 예정”이라며 “올해 중국 사업 철수 절차를 마무리짓겠다”고 말했다. 끌고 가봤자 적자만 누적될 것이라고 판단한 경영진은 업계 예상보다 빨리 전면 철수를 결정했다. 구조조정을 시작한 2011년 중국 이마트는 한 해에만 1000억원 넘는 손실을 냈다. 점포 수를 확 줄이고도 최근 4년간 누적 적자액은 1500억원에 달했다.이마트가 중국 사업에서 실패한 원인은 한마디로 현지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중국 이마트는 한국과 달리 ‘제대로 된’ 상품을 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팔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상품을 조달하기가 어려웠다. 현지 중간 도매상과 관계를 맺기도 힘들어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에선 지역별로 상품을 대규모로 취급하는 ‘거상’들의 협조를 얻어야 운송 등 물류가 해결되는데 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적 차이도 컸다. 이마트는 한국 점포와 비슷한 형태로 고급스럽게 매장을 꾸몄다. 월마트 등 창고형 매장과는 달랐다. 가격은 물론 서비스까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결과적으론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치는 결과를 낳았다.
◆중국은 유통업체의 무덤이는 이마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국내 유통업계의 무덤으로 불린다. 롯데마트는 구조조정 중 사드 문제가 터져 대부분 점포가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영업 중단이 끝나면 점포 수를 줄이는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CJ홈쇼핑도 합작으로 중국에 진출했지만 지분 대부분을 중국 측에 내주고 소량만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을 사거나 임대해 중국에서 대규모 할인점 사업을 하면 중국 내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중국에서 할인점 사업을 접는 대신 노브랜드 피코크 데이즈 등 자체상표(PB) 상품 위주로 사업 전략을 다시 짤 예정이다. 점포가 아니라 제품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또 베트남 몽골 등 중국 이외 아시아 시장에서 협력 파트너와 함께 할인점을 내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