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한강 효과'에 매출 34%↑…문학출판시장 선두 탈환

20개 단행본 출판사 작년 실적 비교해보니…

창비, '채식주의자' 67만부 판매 힘입어 매출 3위로 '껑충'
'서점과 힘겨루기' 후폭풍 맞은 문학동네는 10% 감소
민음사도 영업익 88%↓…시공사, 단행본 시장 1위 지켜
창비가 지난해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 효과에 힘입어 5년 만에 ‘문학출판 최강자’ 자리를 되찾았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진열된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 한경DB
지난해 ‘한강 효과’로 매출이 34% 급등한 창비가 5년 만에 문학동네를 제치고 ‘문학출판계 최강자’ 자리를 되찾았다. 반면 특별한 히트작을 내지 못하고 대형 서점과의 ‘공급률(출판사의 도서정가 대비 서점 공급가격 비율) 힘겨루기’로 타격받은 문학동네 매출은 전년보다 10% 감소했다. 창비, 문학동네와 함께 ‘문학 3강’으로 꼽히는 민음사도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여파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88% 급감하는 굴욕을 겪었다. 한국경제신문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경영 현황을 공개한 국내 20개 주요 단행본 출판사의 지난해 실적을 24일 분석한 결과다.

◆‘한강 효과’ 창비 매출 34%↑
창비는 지난해 5월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효과를 톡톡히 봤다. 지난해 233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174억원) 대비 34.4% 늘어났다. 20개 주요 출판사 중 가장 높은 매출 증가율이다. 업계 순위도 매출 기준 6위에서 3위로 껑충 뛰었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흑자(28억원)로 전환했다.

한강의 수상작 《채식주의자》는 지난해 총 67만부 팔려 문학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한강 효과에 힘입어 2014년 출간된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도 11만부 판매됐다. 지난해 논란이 된 ‘강남역 살인사건’과 맞물려 창비가 출간한 페미니즘 관련 책도 인기를 끌었다. 창비가 2015년 5월 출판한 《맨스플레인》은 지난해 1만부, 지난해 1월 출판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는 같은 기간 2만부 판매됐다.◆‘공급률 분쟁’ 문학동네 10%↓

창비와 문학출판계 라이벌인 문학동네는 2011년 후 5년 만에 매출에서 창비에 뒤졌다. 지난해 문학동네 매출은 219억원으로 10.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286만원으로 전년보다 73.8% 줄었다. 지난해 대형·온라인서점과 공급률 분쟁이 불거지면서 두 달간 주요 서점에 책을 공급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문학동네가 소폭 공급률을 인상하는 데 성공했지만 당시 갈등의 여파로 아직 온라인 서점 일부에서는 문학동네 책을 홈페이지 메인에 걸어주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창비와 함께 창간 50주년을 맞은 민음사의 실적도 저조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7.7% 감소한 101억원, 영업이익은 88% 급감한 9379만원에 그쳤다.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그동안 세계문학전집 등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던 구간(출간된 지 1년6개월 이상 지난 도서) 판매량이 감소한 게 주요 원인이었다. 지난해 이렇다 할 베스트셀러도 내지 못했다. 2014년 구간의 할인 판매를 전면 금지한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여파가 구간 매출 비중이 높은 출판사 매출에 여전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출판업계 설명이다.

◆시공사 1위 아성 ‘흔들’

시공사는 지난해 매출 299억원으로 전년 대비 18.3% 감소했음에도 단행본 시장 1위를 지켰다. 하지만 위즈덤하우스의 상승세로 ‘부동의 1위’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으로 홈쇼핑 등에서 어린이 도서 할인 판매가 금지되면서 도서 전집류 판매가 부진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신간 판매 비중이 높은 위즈덤하우스의 매출은 지난해 2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2% 증가했다. 매출 순위도 한 계단 상승한 2위로 올라서며 1위 시공사와의 격차(49억원)를 크게 좁혔다. 김용택 시인이 엮은 시모음집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가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하면서 후광 효과를 누렸다.

주요 20개 출판사의 지난해 평균 매출(132억9000만원)은 전년(133억5000만원)과 비슷했으나 평균 영업이익은 11억원으로 전년(7억2000만원)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장은 “출판 경기 불황으로 출판사마다 마케팅 비용을 효율화하면서 매출보다 수익을 올리는 전략을 취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