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뜨고, 원유·농산물 기고…희비 엇갈린 원자재 펀드

불안한 정세에 안전자산 선호…금펀드 올 평균수익률 10%대
국제유가·곡물 가격 하락세로…원유·농산물 펀드는 '마이너스'
올 들어 금·원유·곡물 등에 투자하는 원자재 펀드 수익률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대표적 안전 자산인 금 펀드는 10%대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인 반면 원유·농산물 펀드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하고 있다.

2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판매되는 금 펀드(상장지수펀드 포함)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0.90%였다. 이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6.48%)의 1.6배를 웃도는 수치다. 금 펀드 중 설정액(1964억원)이 가장 큰 ‘블랙록월드골드’ 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1.45%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말 온스당 1128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금값은 지난 21일 1287.40달러로 넉 달 새 10% 넘게 뛰었다. 연초 미국 중앙은행(Fed)이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한 이후 달러화 가치와 미국 국채 수익률이 하향 안정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 금은 화폐(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것에 대비한 ‘대안 투자’ 성격을 갖고 있어 그 가치가 반대로 움직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근 미국의 시리아 공습과 북한 핵실험 우려 등으로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증가한 것도 가격 상승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상원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에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금을 사들이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며 “금값이 연내 온스당 14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미래에셋TIGER원유선물’(수익률 -5.49%) ‘삼성WTI원유’(-6.65%) ‘KB미국원유생산기업다이나믹’(-14.49%) 등 원유 선물이나 원유 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는 국제 유가 하락에 고전하고 있다. 지난 21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 6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49.62달러에 마감했다. 지난달 29일(49.51달러) 이후 한 달도 안 돼 다시 5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셰일오일을 비롯한 원유 생산량과 재고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유가 상승세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다.

콩·면화·설탕·밀 등 곡물에 투자하는 농산물 펀드도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셋TIGER농산물선물’과 ‘미래에셋로저스농산물’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1.75%, -1.36%다. 이석진 원자재&해외투자연구소장은 “미국 등 주요 농산물 산지가 예상과 달리 온화한 기후를 보이면서 곡물 가격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당분간 농산물 펀드가 수익을 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