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코아시아 '네트워크'·BSE '성장성' 꿰뚫은 PEF 아이디어로 '한몸' 되자 시너지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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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의 경영노하우 탐구 - 신흥강자 이스트브릿지“코아시아는 한국 중소기업이 개발한 정보기술(IT) 신제품을 24시간 이내에 세계 휴대폰 제조사들의 연구개발(R&D) 조직에 전달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갖췄습니다.”
코아시아·BSE 계열사에 투자한 이스트브릿지가 M&A 주선
코아시아 경영진의 BSE 대수술…R&D 늘리고 납품처 다양화로
인수 1년 만에 흑자전환 이끌어
박진수 BSE 회장은 귀가 번쩍 뜨였다. 2014년 10월. 대만 상장사 코아시아홀딩스 이희준 회장과의 첫 만남이었다. 휴대폰 스피커 제조업체 BSE는 최대 납품처였던 노키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낙오하면서 실적이 곤두박질치던 상황. IT 부품 유통 전문회사 코아시아와 힘을 합치면 고객사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말에 잃었던 희망이 되살아났다.◆적자 기업 인수 나선 코아시아
2014년 BSE의 영업적자는 230억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였다. 2010~2014년까지 5년 중 4년간 영업적자를 냈다. 생존을 걱정하던 박 회장에게 이 회장의 인수 제안은 ‘황금 동아줄’이었다. “BSE와 코아시아를 합치면 두 회사의 기업 가치가 동시에 높아질 것”이라는 논리였다. 코아시아 안팎에서는 “왜 하필 적자 기업을 인수하느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은행권 반응이 특히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박 회장과의 첫 만남 후 6개월 만인 2015년 4월 BSE 인수를 마무리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BSE의 영업적자는 2015년 18억원으로 줄어들더니 지난해엔 흑자(12억원)로 돌아섰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80억원이다.코아시아는 삼성전자의 대만 현지 주재원 출신인 이 회장이 1997년 대만에서 설립한 반도체 유통 회사다. 지난해 반도체 유통 부문 매출은 1조2000억원으로 한국계 대만 기업 중 최대 규모다. 코아시아가 반도체를 공급하는 전 세계 휴대폰 제조사 및 부품회사(모듈회사 포함)는 341곳에 이른다. 화웨이, 오포, 비포 등 최근 부상하는 중국 업체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인수합병(M&A)의 주역은 이스트브릿지
코아시아의 BSE 인수 아이디어를 처음 낸 건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이스트브릿지의 임정강 회장이었다. 이스트브릿지는 BSE의 자회사 이츠웰(LED 부품 제조업체), 코아시아의 계열사 HNT(휴대폰 카메라 모듈업체)에 각각 수백억원을 투자한 상태였다. 임 회장은 코아시아와 BSE가 합쳐지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두 사람의 첫 만남을 주선했다. 인수 자금 330억원 중 300억원도 이스트브릿지가 댔다. 정영채 NH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는 “성장 기업에 투자하는 그로쓰캐피탈 전략에 추가 M&A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애드온(add-on)’ 전략을 가미한 창의적 발상”이라고 평가했다.코아시아의 BSE 인수와 동시에 이 회장은 주식 교환 등을 통해 코아시아홀딩스의 최대주주(38.8%)로 올라섰다. BSE, HNT, 이츠웰 등 휴대폰 부품 제조사들을 거느린 지주회사였다. 박 회장과 이스트브릿지도 코아시아홀딩스 지분을 각각 11.65%와 6.9% 보유하게 됐다. 박 회장은 회사 지분을 매각해 330억원의 현금도 손에 넣었다.
◆이희준 회장, 실적 턴어라운드 주도
BSE의 실적 턴어라운드가 가능했던 건 이 회장의 경험과 뚝심이었다. 이 회장은 1997년 삼성의 주문형 반도체 사업을 분사해 코아시아를 창업했다. 창업 후 3일 만에 외환위기가 터졌지만 1998년 35만달러(약 4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을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300배나 늘렸다. 2006년에는 휴대폰 카메라 모듈 제조업체 HNT를 창업했다.“제조업 경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3년간 HNT에 3000만달러(약 340억원)가 넘는 돈을 투자했습니다. 2008년엔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터져 문을 닫을 뻔한 위기도 여러 차례였죠. 남들은 왜 M&A가 아니라 창업을 선택했냐고 합니다. 하지만 M&A를 통해서는 얻기 어려운 제조업 노하우를 터득했습니다.”
지난해 HNT는 매출 2137억원, 영업이익 95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작년보다 1.4배, 영업이익은 3.6배 늘었다.
이 회장은 BSE를 인수한 뒤 임원진의 약 40%를 교체했다. 최대 고객인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의 베트남 이전에 발맞춰 중국과 한국 공장을 순차적으로 베트남으로 옮겼다. 지난해엔 200억원에 달하는 비핵심 부동산을 공장 부지가 필요한 계열사 이츠웰 등에 매각했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납품처 다양화를 추진했다.홍성훈 이스트브릿지 전무는 “2008년 이후 매출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변화에 대한 의지를 완전히 잃었던 BSE 임직원들도 코아시아에 인수된 뒤에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타이베이=좌동욱/정영효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