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고갈 9년 더 빨라진다"는 무서운 보고서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 시점이 정부가 추계한 2060년보다 9년이나 앞당겨질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어제 한국납세자연맹이 내놓은 분석은 작년 9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58년 고갈보다도 7년이나 더 빨랐다.

납세자연맹은 투자수익률 하락과 성장 및 출산 저하라는 기금운용의 안팎 사정 모두를 반영했다. 4년 전 정부가 예상한 투자수익률은 2015년 6.8%, 2016년 7.2%였으나 실제수익률은 각각 4.6%, 4.8%에 그쳤다. 경제성장률과 합계출산율도 2016년 4.5%, 1.29명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2.8%, 1.17명으로 뚝 떨어졌다. 2013년 국민연금 3차 재정추계와 2015년 말 재정전략협의회를 통한 정부의 전망과 전제가 다 틀릴 정도로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의 파장이 심각하다. 저성장과 고령화의 긴 터널은 조기에 끝날 공산도 거의 없다.그런데도 국민연금을 좀 더 지속가능한 체제로 보완하고 기금도 키워보자는 건설적인 제안이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제 주머닛돈인 양 쓰자는 궁리뿐이다.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올리자는 문재인 후보의 공약이 대표적이다. 이 공약에만 4%포인트의 보험료 인상요인이 생긴다는 계산은 해봤는지 모르겠다.

안철수 후보도 출산·군복무크레딧 도입 등으로 가입자에게 달콤한 말만 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동원해 청년지원주택을 건설하겠다는 식의 손쉬운 정책은 선거판의 정당뿐 아니라 정부도 전가의 보도처럼 애용해 왔다.

이름만 연금일 뿐 실제로는 세대를 넘어서는 사회적 부조가 국민연금이다. 고갈된다고 공무원연금처럼 세금으로 메워줄 근거도 없다. 털어쓰려고만 할 뿐 유지 발전을 외면하는 것 또한 고질적인 한국적 ‘님트(NIMT: 내 임기 중엔 불가)’ 현상이다. 무분별한 복지 확장만 ‘세대착취’가 아니다. 가뜩이나 본사의 지방 이전으로 운용인력들이 줄줄이 이탈하는 판에 최순실게이트의 정치바람에 휘말린 연금공단의 내부 사정도 간단치 않다. 정치권이 함부로 손대면 9년이 아니라 19년 앞당겨 고갈된다는 경고를 듣게 될 것이다. 정부는 내년도 국민연금 4차 재정추계에 대비해 기금운용의 건전화, 독립화, 효율화 방안을 단단히 강구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