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원더풀 코리아

강정애 < 숙명여대 총장 kangjap@sm.ac.kr >
‘라인강의 기적’은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인 서독이 무너진 경제를 단기간에 복구해 선진국으로 재도약한 것을 일컫는 말이다. 독일은 지금도 프랑스와 더불어 유럽연합(EU)이라는 국제 정치의 거대한 한 축을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전체 공정 대부분을 자동화하는 스마트 팩토리 표준을 선점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대비해 회자되는 말이 ‘한강의 기적’이다. 농업국가로 외국 원조를 받던 가난한 대한민국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발돋움을 한 것을 일컫는다. 세계은행이 집계한 2015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1위다.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원조하는 국가로 탈바꿈한 사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 놀라운 변화에 세계가 기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서구가 오랜 기간에 걸쳐 이룬 변화를 우리는 짧은 기간에 이룩했다. 이 압축성장의 배경에는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 아래 피땀 흘린 국민의 노력과 수고가 서려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선진국을 모방하는 과정이었다. 공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에선 앞서가려는 노력은 한국을 인터넷 속도와 보급률 세계 1위에 올려 놓았다. 우리 기업이 만든 제품은 우수한 품질과 기술력을 갖췄다고 평가받으며 다른 개발도상국의 모델이 됐다. 이제 명실공히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경제적 규모와 실력을 갖췄다.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무선통신 기술 발달과 스마트폰 보급, 소프트웨어 기반의 각종 서비스 확대로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디지털 데이터는 2년마다 2배 증가한다고 한다. 사물인터넷(IoT) 등을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오고 있다. 미래엔 지금보다 훨씬 빠른 변혁이 이뤄지겠지만 우리 민족의 빠른 적응력은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다.우리 앞 현실이 녹록지만은 않다. 경제성장 둔화와 청년실업 증가는 한국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중요한 순간 온 국민이 하나로 똘똘 뭉치는 저력을 갖고 있다. 그렇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극복했다. 월드컵 4강을 이뤄냈다. 최근엔 최고 정치권력도 국민의 뜻과 다른 길을 갈 수 없음을 확인시켰다. 한국 현대사의 중요 국면에는 항상 하나로 뭉친 국민이 있었다.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도 마찬가지다. 온 국민이 바라고 힘을 합친다면 원하는 것보다 더 잘 풀리는 대한민국, ‘원더풀 코리아’를 이룰 것이다.

강정애 < 숙명여대 총장 kangjap@sm.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