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선후보에게 외면받는 중견기업

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주요 대선후보들이 정책 공약을 쏟아내지만 우리 경제의 ‘허리’인 중견기업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 있습니다. 중견기업이 많아져야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는데 말이죠.”

25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주최 기자간담회에서 강호갑 회장은 “중견기업이 경제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사회적으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강 회장은 “대선후보들의 공약에서 중견기업에 특화된 내용은 물론 ‘중견기업’이라는 표현조차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중견기업은 사실 세간의 관심을 받지 못하던 기업군이었다. 사람들에겐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있는 기업’이라는 막연한 개념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중견기업이 주목받게 된 건 박근혜 정부의 국정 화두였던 창조경제 실현에 중견기업의 역할이 언급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러면서 중견기업의 기여도 등이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2015년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이 모두 줄었을 때 중견기업만 수출이 늘었다. 중견기업의 고용과 매출은 각각 전체의 6%와 17%를 차지한다. 총 매출은 640조원으로 국내 1~3위 대기업 매출을 합친 것(585조원)보다 더 많다. 하지만 숫자는 적다. 국내 중견기업은 총 3558개로 전체 기업의 0.1%에 불과하다. 강 회장은 “중견기업이 전체 기업의 1%만 돼도 일자리 수십만개가 생기고, 우리 경제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실적에 따라 휘청이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기업들은 경제 기여도나 역할에 비해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는다고 하소연한다. 대부분의 제도도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위주로 돼 있다. 중소기업을 벗어나서 중견기업으로 크면 수많은 혜택도 갑자기 사라진다. 중견기업연합회는 얼마 전 주요 정당에 ‘차기 정부 정책제안’을 전달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 강 회장은 “차기 정부에서는 중견기업이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클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하는데…”라며 아쉬워했다. 중견기업의 중요성을 인정받았으면 하는 절실함이 배어났다.

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