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언의 논점과 관점] 은행들이 잔뜩 움츠린 이유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
1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했던 은행들이 움츠러들고 있다.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은행들의 대규모 이익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이 곱지 않아서다. 은행들은 “1350조원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에 기대어 편하게 이자 장사를 하며 제 뱃속만 불렸다”는 비판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신한 국민 우리 KEB하나 4대 시중은행의 순이익이 1분기에만 2조원을 웃도는 데는 일회성 해외자산 매각 수익 등이 다수 포함된 영향도 있다. 하지만 은행들의 이런 설명은 대출금리만 올리고 예금금리는 그대로 두는 방식으로 이자수익을 극대화했다는 주장 앞에서는 그저 그런 변명이 되고 만다. 은행들은 이처럼 여론이 나빠지면 앞으로 정치권과 정부에서 날벼락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K뱅크 돌풍에 놀란 시중은행

은행들 스스로가 소비자 불신을 키운 것도 사실이다. 진입장벽이 확실한 내수 시장에서, 고만고만한 서비스 경쟁을 벌이며 대출이자를 받아 은행들이 손쉽게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게 다수 소비자의 생각이다. 금융상품에 대한 전문 지식은 물론 서비스 정신이 부족한 일부 은행원이 ‘하는 일도 없이 노조 덕에 8000만원(지난해 시중은행원 평균연봉 7884만원) 가까운 고연봉을 누린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은행원의 고연봉이 우리 사회 전반의 임금 인플레를 불러 제조업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영업 경쟁이 예전보다 훨씬 심해졌고 명예퇴직이 상시화됐다는 이유에서 은행과 은행원들은 억울할 수 있지만, 현실의 고객 인식은 이와 다르다.

기존 은행 서비스에 대한 고객 불만은 첫 인터넷은행인 K뱅크의 최근 돌풍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들은 당초 K뱅크 출범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K뱅크는 서비스에 나선 지 3주 만에 25만명이 넘는 고객을 모았다. 고객 중심이 아니라 은행 직원 중심의 기존 은행 영업점 서비스 등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는 분석이 많다. 그러자 고객이 정작 필요할 때 접근이 어려운 영업점 서비스부터 바꿔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중은행에서 나오고 있다.은행도 맘껏 이익 내도록 하자

은행은 정부와 정치권의 직간접적인 규제와 간섭이 가장 심한 업종이다. 인가 사업이라는 이유로 대출이자 책정부터 전체적인 이익 규모에 이르기까지 시시콜콜 간섭을 받는다. 통신요금 인하 공약이 선거철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도 통신업이 은행과 함께 대표적인 인허가 사업이어서다. 올해 대선에서도 금융 분야에서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및 취약계층 부채탕감 공약이, 통신 분야에서는 기본요금 폐지 공약이 발표됐다. 이런 공약의 이면엔 은행과 통신사가 소비자들로부터 대출이자 및 통신료를 뜯어내 많은 이익을 내는 것은 곤란하다는 뒤틀린 정서가 깔려 있다.

공공성을 핑계로 이뤄지는 규제와 간섭이 결과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자명하다. 글로벌 경쟁력이 다른 업종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진다는 비판을 받아온 은행은 여전히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와 간섭 때문에 생산성을 더 끌어올리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영을 하기 어렵다. 주인이 없는 대부분 은행은 최고경영자(CEO) 선임부터 바깥의 눈치를 봐야 한다. 적자경영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거둔 이익이 많다고 이를 걱정하는 구조로는 더 나은 은행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은행들도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