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애견인 1천만시대 맞는 반려견 정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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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가족이 된 반려견들2010년 개봉한 영화 ‘하치이야기’는 일본 아키타현에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한 실화다. 리처드 기어가 주연한 이 영화는 애완견 ‘하치’에 관한 사연을 재구성해 세계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보호시설·정책 등은 많이 뒤처져
놀이터 등 인간 못잖은 지원 시급기고
정찬민 < 용인시장 >
충견 이야기는 잊을 만하면 심심찮게 등장한다. 죽은 주인의 묘를 수년간 지키다 굶주려 죽는가 하면 눈 속에 버려진 어린아이를 구하기도 하고 팔려나간 개가 주인집을 찾아 수백㎞를 돌아오는 이야기도 전해지곤 한다. 지난해 인도에서는 한 반려견이 가정집에 침입한 코브라 네 마리를 모두 죽이고 자신도 뱀에 물린 여파로 목숨을 잃은 사건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개가 인간에 의해 길러지게 된 것은 1만여년 전으로 알려져 있다. 집단이동을 하며 사냥을 통해 생존을 유지하던 인간이 주거지 근처에 살던 야생견을 길들여 사냥견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위험한 짐승의 접근을 감지하는 감각과 동료를 지키는 방어본능, 주인에 대한 충성심 등 뛰어난 특성을 갖고 있어 인간에게 매우 유용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후 도둑을 지키고 사람의 노동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게 된 개는 이제 현대인에게 애완견이자 반려견으로 하나의 가족이 되고 있다.
애견 인구 수만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2013년 1000만명을 넘어선 우리나라 애견 인구는 2018년에는 1800만명, 2020년에는 2000만명이 예상된다고 한다. 애완용품 등 관련 시장 규모도 지난해 2조2900억원에서 2020년에는 5조8100억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애완견을 키우는 이들 사이에 강아지 전용 선글라스인 ‘개글라스’, 강아지 전용 러닝머신인 ‘개링머신’도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애견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펫팸(Pet-Family)족’과 애견의 입맛과 건강을 위해 고급 수제음식을 찾는 ‘펫셰프(Pet-Chef)족’도 생겨났다고 한다. 최근 대선이 본격화하면서 일부 후보는 반려동물 정책까지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애견 인구가 급증하는데도 반려견 정책이나 시설이 뒤따르지 못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반려견이 죽으면 마땅히 묻을 자리도 찾기 힘들다. 동물 장례식장은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쉽게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돈벌이를 위해 애완견을 생산하는 속칭 ‘강아지 공장’도 있다고 한다. 동물에 대한 정책이나 동물보호전담 기구도 선진국에 비해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반해 영국은 195년 전인 1822년에 이미 동물복지법을 통과시켰고, 독일은 1990년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는 조문을 민법에 명시했다. 독일은 이에 그치지 않고 2002년에는 헌법에까지 동물 보호를 규정했다.용인시는 최근 기흥호수공원에 국내 최대 규모로 반려견 놀이터를 만들었다. 지난해 구갈레스피아에 이어 용인에서는 두 번째 반려견 놀이터다. 이곳에는 시민들이 반려견과 맘껏 뛰놀 수 있는 각종 운동시설과 휴식공간도 마련했다. 개장하자마자 주말에는 수백명의 애견인들이 몰려 그야말로 ‘애완견 천국’이 되고 있다. 용인시는 앞으로 동물장례식장과 놀이공원, 반려견 관리사업소 등 애견인들을 위한 시설을 늘릴 계획이다. 애완견은 그저 기르는 동물이 아니라 하나의 가족이기 때문이다. ‘동물과 인간은 이 세상의 동등한 창조물’이라는 독일의 동물보호법 1조1항을 다시금 되새겨 볼 때다.
정찬민 < 용인시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