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uccess Story] 태영세라믹 "올해 500여종 타일 선보여…개도국 저가 제품과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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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으로 불황 넘는 기업들경기침체기를 넘는 기업의 전략은 대략 두 가지다. 하나는 움츠리고 축소하는 전략이다. 구조조정과 사업 철수를 통해 몸집을 줄인다. 이와는 반대로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고 마케팅에 적극 나서는 기업도 있다. ‘불황일 때 호황을 대비하는 전략’이다. 독일의 히든챔피언(글로벌 강소기업)은 주로 후자 전략을 채택한다. 독일 제조업이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성장가도를 달린 것도 이런 전략 덕분이다. 국내에서도 불황기에 다양한 신제품 개발로 미래에 대비하는 기업이 있다. 이들은 연구개발을 강화해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으며 미래 성장동력을 삼고 있다.지난 3월24일. 고급 내장타일 업체인 태영세라믹(회장 이대영·사진) 충남 당진공장에서는 신제품 전시회가 열렸다. 매년 열리는 이 전시회는 올해로 열 번째를 맞았다. 예년과 다른 것은 신제품 종류가 대폭 늘었다는 점이다. 불황에 몸을 사리는 기업이 많지만 태영세라믹은 올해 500여종의 신제품을 선보였다. 매년 약 300종을 선보이던 것에 비해 67%가량 늘었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올 한 해 유행할 타일 디자인의 흐름을 보여주고, 새롭게 개발한 신제품을 선보이는 이날 행사에는 건설업종과 타일업종 관계자 400여명이 참석했다.이날 내놓은 제품은 입체감을 살린 제품부터 단순하면서도 품격이 느껴지는 제품 등 다양했다. 대리석 질감이 나는 고품격 제품을 비롯해 기하학적 무늬, 나무나 물결무늬 등의 제품도 진열됐다. 실내나 욕실을 꾸밀 때 이들을 조합하면 수만종의 인테리어 공간을 구성할 수 있다. 이는 젊은 층이나 신혼부부, 중년층, 실버세대 등 다양한 소비층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 및 동남아 개도국저가 제품과의 차별화다. 값싼 제품이 물 밀듯 들어오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이대영 회장은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방법은 고급화와 다양화”라고 설명했다.국내 인테리어 제품이나 수도꼭지 샤워기 시장에서 값싼 중국산과 개도국 제품이 범람하면서 시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물이 새거나 갈라지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문제는 처음 시공했을 땐 별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시간이 지난 뒤에야 품질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이 회장은 “질 좋은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집 꾸미기에 관심이 많고 획일화된 디자인보다 나만의 공간을 꾸미고 싶어 하는데 이런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이 세라믹과 인연을 맺은 것은 거의 40년 전이다. 제물포고와 인하대 무기재료공학과를 나온 이 회장은 타일 및 세라믹 분야에서 일한 뒤 1996년 세라믹로를 만드는 태영산업을 창업했다. 2005년 타일 제조업체를 인수해 태영세라믹으로 상호를 바꾼 뒤 타일 생산에 나섰다.그는 고급화와 다양화를 위해 적극적인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2015년에는 약 200억원을 투자해 당진 기존 공장 옆에 제2공장을 건설했다. 면적 1만6500㎡에 이르는 이 공장에서 일하는 생산직근로자는 검사 부문 등의 10여명에 불과하다. 모든 공정이 자동화돼 있어서다.
무인자동운반시스템이 스스로 근처 방해물을 감지하며 완제품을 정해진 곳으로 이송한다. 타일에 각종 무늬를 인쇄하는 디지털프린팅머신은 메인 컴퓨터와 연결돼 디자이너가 설계한 내용을 타일에 그대로 찍어낸다.
이 공장은 원료 선별부터 세심하게 신경쓸 뿐 아니라 불량품을 엄격하게 걸러낸다. 이런 품질 향상 노력을 인정받아 이 회장은 2013년 국가품질경영대회에서 대회 최고상인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이 회장은 더불어 사는 경영을 추구한다. 매년 신제품 발표 행사 때마다 장학금을 지급해 온 태영세라믹은 올해도 당진지역에서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 8명을 선정해 장학금을 줬다. 행사 때 모인 쌀 1.2t을 당진시 복지재단에 전달하기도 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