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中관광객 찾던 이대 앞 '텅텅'…사드 갈등에 상권 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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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7일 정오께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 완연한 봄 날씨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사드 갈등 이전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수십 명씩 무리 지어 정문 주변에서 사진 촬영을 하곤 했지만 이날은 썰렁했다. 이대 정문 경비원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었다. 예전같지 않다"고 전했다.이대는 대학 입구 벽면의 배꽃 문양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게 관광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을 만큼 중국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이화'의 중국어 발음이 돈이 불어난다는 뜻의 '리파' 발음과 같아 이곳을 찾는 중국인들이 많았다. 중국 관광객들이 너도 나도 배꽃 문양 부조를 붙잡고 사진을 찍는 통에 학교 측이 전면 보수할 정도였다.

최근 중간고사를 치른 이화여대 4학년 박지원 씨는 "예전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 (시험 공부에) 방해 받는 느낌이 없었다"고 말했다. 과거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학생들이 공부를 못하겠다는 원성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날 ECC는 대체로 한산했다.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주변 상가 상인들은 울상이다. 이대역부터 경의선 신촌역에 이르는 이대 상권은 6~7년 전부터 중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삼았다.
중국의 한국 여행 금지 조치로 매출에 타격을 받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의 월별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입국한 중국인은 37만8503명으로 전월 대비 38.4% 줄었다. 사드 보복 조치 영향으로 보인다. 상인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이대 앞에서 10년 이상 양말 등 잡화를 팔고 있는 상인 김모 씨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매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최근 한 주 사이에는 더 줄어서 월세 내기도 빠듯하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다음달 '장미 대선'을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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