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 코리아] '유전자 가위' 놓고 미국 명문대 간 특허전쟁

실험실로 확산된 특허 싸움

4차 산업 경쟁 치열해지며 기업-대학 사이에도 소송전
지난 2월 미국 특허청은 3세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 기술을 둘러싼 특허 분쟁에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의 손을 들어줬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의 원하는 부분을 잘라냈다가 붙이는 기술이다. 난치병 치료는 물론 기후변화에 강한 농작물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어 생명공학 분야에선 ‘최고의 발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3년 특허를 먼저 출원했지만 MIT·하버드대에 밀린 UC버클리는 올 3월 말 전세를 뒤집었다. 유럽특허청이 UC버클리가 낸 특허를 먼저 승인한 것이다. 유전자 가위 기술료 시장 규모는 2022년까지 최소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둘러싼 무한 경쟁 시대가 오면서 첨단 연구 성과를 내는 대학 실험실도 더는 특허전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허전의 주요 전쟁터가 기업에서 대학으로 확산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세계 특허분쟁 소송은 4520건으로 2015년 5823건보다 22%가량 줄었다. 하지만 특허전의 90%가 대학과 벤처의 특허를 보유한 특허괴물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2012년 미국 카네기멜런대는 마벨테크놀로지사가 디스크드라이브의 소음저감 기술을 침해했다며 특허 소송을 벌였다. 당시 소송 배상금은 삼성전자와 애플 간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침해를 둘러싼 분쟁 때보다 큰 11억6900만달러에 달해 역대 세 번째로 큰 액수를 기록했다. 애플은 2015년 미국 위스콘신대와의 특허 침해 소송에서 패해 2억3400만달러를 배상하게 됐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도 올 들어 미국립보건원(NIH)을 상대로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다.

박동민 남촌 대표변리사는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연구 시작 단계부터 강력한 기술을 발굴해 치밀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