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전체 좌석 점유율 99%…창극 새 지평 열었죠"

'변강쇠 점 찍고…' 연출 고선웅 씨
“본능을 다루니까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죠. 본능은 외설적이고 부끄러운 게 아니라 아름다운 겁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본래적인 것이거든요. 누구나 좋아하는 것을 소재로 삼다보니 인기를 끄는 거 아닐까요.”

판소리 ‘변강쇠타령’을 각색해 만든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연출한 고선웅 씨(49·사진)는 이 작품의 인기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은 국립창극단이 2014년 초연한 뒤 올해까지 4년 연속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무대에 오르고 있다. 지난 28일 시작한 올해 공연은 오는 6일까지 펼쳐진다.개막도 하기 전에 마지막 날 공연까지 대부분 예약이 끝나 좌석 점유율 99%를 넘어섰다. 이 같은 현상은 1962년 국립창극단이 생긴 이래 처음이다. ‘변강쇠…’는 연극 연출을 주로 해온 고씨가 처음 만든 창극이다.

고씨는 “첫 창극 작품이 이처럼 성공한 건 연출가로서 행운”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각색을 거듭하면서 더 좋은 작품으로 다듬어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서 공연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려면 최소한 4~5년 정도는 계속 홍보해야 한다”며 “올해 공연이 4년째로 전환점을 맞았으니 앞으로 작품의 인기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변강쇠타령이 음탕하다는 이유로 배척당했어요. 극 중 기물가(己物歌)에서 변강쇠와 옹녀가 상대의 성기를 묘사하는 대목이 특히 그랬죠. 그러나 이 내용을 판소리 공연으로 들어보면 그다지 외설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공연계에서는 고씨가 창극의 기존 형식을 깨고 과감하게 각색한 게 이 작품의 인기 비결이라고 보고 있다. 극 중간에 가수 최희준 씨의 트로트 음악 ‘하숙생’이 나오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고씨는 “창극은 판소리 위주로 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이런 각색은 상당한 모험일 수 있다”면서도 “유행가와 창극을 엮는 걸 굳이 금기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변강쇠가 아니라 옹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도 원작 ‘변강쇠타령’과 다른 요소다. 고씨는 “사람들이 옹녀를 음탕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저 열심히 살려고 노력한 것일 뿐”이라며 “과거 객체였던 여성을 주체의 위치에 놔 명예를 회복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고씨는 최근 두 번째 창극 ‘흥보씨’를 만들어 지난달 국립극장에서 첫 공연을 했다. 그것도 좌석점유율 90%를 훌쩍 넘었다. 세 번째 작품은 아직 계획에 없지만 “관객이 불러주면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한다.

그는 “뮤지컬은 정해진 음악의 틀 안에서 극이 진행돼야 하지만 창극은 창자가 소리하는 대목을 얼마든지 늘리고 줄일 수 있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며 “연출가로서 재미있고 유연하게 작업할 수 있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