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흐름이 소통이고 화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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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주 < KEB하나은행장 >지난달 임원들과 경기 여주에서 워크숍을 하면서 남한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함께 탔다.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보고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맞으면서 자전거를 타고 있으니 시골에서 중학생 시절 부모님을 졸라 산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통학하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그러다 ‘흐름’이라는 단어를 생각했다. 강물은 흘러 필요한 곳에 물을 제공해준다. 공기는 흘러 산들바람으로 우리를 시원하게 해준다.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으면 썩고 공기가 흐르지 않으면 갑갑함을 느끼게 된다. 사람 사이에도 대화가 흐르고, 정이 흘러야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가 깊어진다. 우리는 이것을 ‘소통’이라 부른다.KEB하나은행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만나 이뤄진 통합은행이다. 2015년 9월1일 통합은행 출범 이후 서로 다른 조직에서 다른 기업 문화와 업무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던 직원들이 만나 진정한 화합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서로 간의 흐름이다. 흐름의 대상은 업무가 될 수도 있고 정이 될 수도 있다. 서로 다른 추억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서로 관계가 형성되고 소통과 진정한 이해 및 배려, 그리고 화합이 이뤄질 수 있다.
필자도 직원들과의 흐름과 소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이는 만남이 전제돼야 하므로 직원과 만날 기회만 있으면 되도록 만사 제치고 달려간다. 흐름을 통한 소통, 이해, 배려, 화합은 비단 필자가 속한 은행만의 화두는 아닐 것이다.
대통령 탄핵에 이어 5월9일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앞두고 지금 한국은 지역 간 분열, 세대 간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다. 지역 간의 흐름이 없고 세대 간의 흐름이 단절된다면 분열과 갈등은 더 심화될 것이다. 반면 지역과 세대 간의 대화, 상호 교류 등의 흐름이 이뤄진다면, 그리고 소통과 이해 및 배려가 형성된다면 한국에서 진정한 화합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하루가 다르게 만물이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봄이다. 조병화 시인은 “해마다 봄이 되면 ‘봄처럼 항상 꿈을 지녀라, 항상 부지런해라, 항상 새로워라’는 어머니 말씀이 생각난다”고 했다. 이 화창한 봄날, 흐름이 소통을 이뤄내고 이해와 배려로 발전해 진정한 화합이 가능하다는 꿈을 가져보자. 부지런히 내 옆의 동료, 가족, 친구들과 만나 새로운 첫 발을 내디뎌보자.
함영주 < KEB하나은행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