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8] 안철수-홍준표, 보수층 지지 '제로섬 게임'…미소 짓는 문재인

고심하는 중도·보수층
안철수냐 홍준표냐, 기권이냐…광의 부동층' 30% 선택에 촉각

대선 마지막 변수는
투표율·사드 비용 논란 영향, 막판 '헛발질'땐 치명상
대통령 선거전이 끝내기 수순에 들어갔지만 부동표가 줄지 않고 있다.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광의의 부동층이 30% 안팎에 이른다. 과거 대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10억 달러 비용 청구서’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탄 발언도 표심을 자극할 변수다. 최장 11일간 연휴도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누구든 막판 ‘헛발질’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 독주에 “게임이 끝난 것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이유다.
◆고민하는 중도·보수층 표심부동층이 줄지 않는 것은 최선 또는 차선의 카드가 보이지 않을 때다. 이번 대선이 그렇다. 30% 정도로 추산되는 보수층의 고민이 깊다. 당선 가능성이 있는 보수 후보가 없어서다. 50대와 영남, 보수층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떠나면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15%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안 후보를 지지한 유일한 이유인 당선 가능성이 낮아져서다.

보수층은 세 가지 선택지를 들고 있다. 안 후보로 돌아가든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밀든지, 아니면 기권하는 것이다. 일단 여론 흐름은 안 후보 하락과 홍 후보 상승으로 요약된다. 두 사람이 ‘제로섬 게임’을 벌이면서 문 후보의 1강 체제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안 후보는 중도·보수 결집에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와 손잡고 대통령 임기 단축을 포함한 ‘개혁 공동정부 구상’을 제시했다. 추가 카드 얘기도 들린다. 결국 “문 후보와 당선을 다툴 사람은 안 후보밖에 없지 않으냐”는 ‘대안부재론’이 막판에 먹히면 마지막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거꾸로 보수표가 홍 후보로 옮겨가는 흐름이 빨라진다면 ‘1강 2중’ 구도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대선 후 강한 보수 야당이 필요하다”며 보수가 결집하면 홍 후보가 2위로 올라설 수도 있다. 문 후보가 바라는 최상의 시나리오다.◆트럼프 폭탄 발언도 표심에 영향

트럼프 대통령의 ‘사드 청구서’ 발언은 ‘사드 비용을 미국이 부담한다’는 한·미 합의사항 위반이다. 북핵 문제 등 안보가 뜨거운 대선 이슈로 부상한 상황에서 ‘한·미 동맹 관계의 미래’라는 본질적인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동맹국에 대한 배려 없이 자국 이익만 생각하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진보층을 결속시킬 가능성이 높다. 중도·보수층은 갈릴 수 있다. “이럴 때 ‘미국에 할 말은 해야 한다’는 문 후보 입장이 먹힐 것”이라는 시각과 “문 후보가 당선되면 한·미 동맹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투표율도 변수

보수층의 표심과 11일간의 연휴는 투표율에 영향을 미칠 변수다. 보수층은 안, 홍 후보로 승산이 없다고 판단되면 대거 기권할 가능성이 높다. 문 후보 독주 상황에서 긴 연휴는 젊은 층의 투표율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두 가지 변수가 맞물리면 대선 최저 투표율(17대 63%)을 경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승패엔 전체 투표율보다는 세대별, 이념별 투표율이 더 중요하다. 후보별로 지지층을 얼마나 표로 연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젊은 층과 진보세력은 문 후보, 노년층과 보수세력은 안, 홍 후보에게 유리하다.

이재창 선임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