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경영' 속도 내는 기업들] LG그룹, 신입교육 프로그램 '아이디어 배틀'로 창의성 ↑

LG 신입사원들이 혁신제품 아이디어를 토론하고 있다. LG그룹 제공
“여러분처럼 우수한 인재와 함께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싶다. 서울 마곡에 들어설 첨단 융복합 연구단지에서 마음껏 창의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 2월 열린 ‘LG 테크노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LG 테크노콘퍼런스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LG 계열사들이 국내외 석박사급 연구개발(R&D) 인재들을 대상으로 여는 기술 콘퍼런스다. 각 계열사는 R&D 비전을 제시하고 차세대 신성장엔진과 주요 기술 혁신 현황 등을 소개한다. 2012년 시작된 이 행사에 구 회장은 매년 참석해 인재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시장을 선도하는 고객가치 창출의 원천이 ‘인재’라고 생각해 인재경영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995년 구 회장의 LG 회장 취임과 함께 시작된 대학생 해외탐방 프로그램 ‘LG 글로벌챌린저’도 인재경영을 위한 LG의 노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학생들이 탐방하고 싶은 분야를 정해 2주 동안 탐방을 마치고 관련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하는 프로그램이다. LG는 탐방보고서를 심사한 뒤 본상 수상팀에 대해 졸업예정자에게는 입사자격을, 재학생에게는 인턴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이 LG 글로벌챌린저 행사에 지속적으로 참석해 깊은 관심과 애정을 나타내는 것은 젊은 인재의 창의적인 생각과 도전의식을 중시하는 구 회장의 인재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는 인재들이 창의적 역량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개편한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신입사원들이 자유롭게 혁신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창의적인 고객 가치를 생각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전체 교육 시간의 40%를 배정했다. 대신 꼭 알아야 하는 경영 이념을 제외한 일반적 이론 강의를 최소화하고 육체적 단체활동도 없앴다. 신입사원 때부터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안하고 스스로 혁신을 이끄는 창의적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다.LG 신입사원들은 이틀에 걸쳐 미래 성장사업 및 주력 제품 분야의 혁신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다. 신입사원들은 혁신 아이디어 제품의 시장분석부터 상품기획, 경영전략, 마케팅정책, 생산계획까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다른 팀원들과 제품 기획안을 공유해 제품화 가능성을 활발히 토론한다. 신입사원들은 얼마 전까지 일반 소비자였기 때문에 LG 제품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이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LG는 교육을 통해 나온 우수 아이디어를 사내 아이디어 포털인 ‘LG-라이프’에서 접수한 뒤 업무 부서에 전달하고 있다.

입사 후에도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주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에서 개발 중이던 프로젝트 2개를 사외벤처 형태로 분사시켜 사업화하기로 결정했다.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관련 특허 및 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창업 전문가들의 컨설팅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