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체호프의 고전부터 성(性)·국가 담론까지 대향연
입력
수정
지면A28
28일까지 '서울연극제'…10편 공연서울에서 연중 최대 규모로 펼쳐지는 연극 축제인 ‘서울연극제’가 지난달 26일 개막한 가운데 연극제를 주최하는 서울연극협회가 공식 선정한 작품 10선이 5월 첫 주에 대거 막을 올린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이슈로 피해를 봤던 연극계가 야심차게 준비한 공연에 연극 애호가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협회는 지난해 9∼10월 1차 대본 심의와 2차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공모 접수작 56편 가운데 10편을 뽑았다. ‘2017 애국가-함께함에 대한 하나의 공식’(2017 애국가), ‘벚꽃 동산’, ‘옆방에서 혹은 바이브레이터 플레이’(옆방에서), ‘지상 최후의 농담’, ‘초혼 2017’, ‘사람을 찾습니다’, ‘페스카마-고기잡이 배’(페스카마) 등이 공식 선정작에 이름을 올렸다.연극 창작집단 즉각반응(연출 하수민)이 창작해 초연하는 ‘2017 애국가’는 인터뷰 기반의 다큐멘터리 연극이라는 특이한 형식으로 눈길을 끈다. 배우와 스태프가 직접 인터뷰하거나 인터뷰에 응해 애국가와 국가, 도시가 무엇인지 조사한 것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관객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라는 공동체 속에서 이제껏 어떻게 존재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묵직한 물음을 던진다.
극단 행길이 미국 작품을 번역해 국내에서 처음 공연하는 ‘옆방에서’는 파격적 소재가 돋보인다. 바이브레이터로 히스테리 환자를 치료하는 한 박사의 얘기다. 바이브레이터가 본래 의료용 기구로 발명돼 쓰였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극단 행길의 상임연출 이강임이 성과 성욕이라는 주제를 진지하고도 유쾌하게 다룬다.
극단 백수광부는 지난해 소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뒤 평단의 호평을 받은 ‘벚꽃 동산’을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갈매기’, ‘바냐 아저씨’, ‘세 자매’와 함께 러시아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극으로 꼽힌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이미지를 사용해 세계와 인물의 내면을 감각적으로 구현한다는 평가를 받는 실험연극 공동체 백수광부의 대표 이성열이 가감 없는 완작을 선보인다.초연되는 ‘페스카마’는 1996년 남태평양에서 조업 중이던 참치잡이 원양어선 ‘페스카마호’에서 벌어진 선상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창작극이다. 사회 계급·세력 간 갈등과 거기서 일어나는 인권침해 문제를 다룬다. 올해로 38회를 맞은 서울연극제는 오는 28일까지 열린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